법조계 "교통사고 낸 후에 행한 음주행위 모두 처벌한다면…문제될 수도 있어"
"김호중법 도입한다면 처벌 규정 명확해야…그렇지 않으면 입법화 하기엔 무리"
"증거인멸 한 것 사실이라면 구속될 가능성 높아…기소되면 괘씸죄 반영될 것"
"전관 변호사 영입했지만 영향력 행사 가능성 낮아…사건 결론 일찍 나올 수도"
뺑소니 혐의로 입건되고도 음주 의혹을 줄곧 부인해 온 가수 김호중(33)씨가 열흘 만에 결국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가운데 검찰은 ‘사고 후 추가 음주’를 처벌하는 이른바 ‘김호중법’ 추진에 나섰다. 법조계에선 김호중법 도입으로 피의자의 기본적인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고, 수사기관에서 이를 악용할 우려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교통사고를 낸 후에 행한 음주행위가 수사방해의 목적이 있다고 단언할 수 없기 때문에 김호중법을 도입한다면 처벌 규정을 먼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고의로 추가 음주를 한 의혹을 받는 김씨를 처벌할 수 있는 신설 규정을 만들어달라고 지난 20일 법무부에 건의했다. 입법 건의안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적발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면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다.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기존에 있던 법으로는 김호중씨의 추가 음주로 인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 증거인멸죄를 적용하려고 하려면, 검찰이 김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먼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검찰에서 '사고 후 추가 음주'를 처벌하는 이른바 '김호중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음주운전 여부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음주운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김씨가 증거인멸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구속 사유로 인정될 수도 있다. 다만, 이 역시도 의도적으로 증거인멸을 했을 경우에 해당한다"며 "김씨는 사건 발생 초기엔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10일 만에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렇기에 기소될 경우 재판부에서 '괘씸죄'를 반영해 형량을 결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위종욱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음주운전 사고자들의 뺑소니를 예방할 수 있는 김호중법을 도입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인다. 다만, 교통사고를 낸 후에 행한 음주행위의 처벌 범위를 과도하게 넓혀선 안 되기에 의미가 불명확한 처벌 규정이 담겨선 안 된다"며 "여론의 영향을 많이 받은 법률은 졸속으로 입법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데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검토를 통해 처벌되는 행위 유형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위 변호사는 "김씨가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역임한 변호사를 선임하였다고 해서 수사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인다. 최근에는 전관예우의 효과가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수사기관에서도 여론의 관심도가 집중된 사건인 만큼 조속히 수사를 진행해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김씨가 탑승했던 차량 블랙박스 3대도 사라졌다고 하는데, 이같은 일들이 자꾸 발생하면 본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공인으로서 평소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활동을 했는데,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피해 다니는 모습도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김씨는 수사 과정에서 사법 방해에 가까운 식으로 기획사와 함께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곽 변호사는 "사건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김씨의 행동에 대해 사법부에서 형량으로 반영할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수사기관에선 더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