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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 뭉친 與에 아픈 손가락 된 '부결'…민주당의 고민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5.29 00:30 수정 2024.05.29 00:30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뜻대로 안됐다…민주당, 당혹 속 대응 고심

與 5표 이탈 가정 시 '표 단속 실패는 야권'

"野는 '일극체제', 與는 '국민적 명분' 관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재의결 안건으로 상정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 연합뉴스

21대 국회 마지막 승부수가 불발됐다.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이 재표결에서 부결되면서 최종 폐기됐다. 범야권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즉시 특검법 재추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문제는 부결의 원인이다. 여당의 유의미한 이탈표가 감지되지 않은데다 야권의 이탈표 소재를 찾기 어려워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범야권 '채상병 특검법' 총공세에도…'이탈표' 나왔나


채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28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했다. 특검법은 재석 294명에 찬성 179표, 반대 111표, 기권 4표로 부결됐다. 여당에서 대량의 이탈표가 발생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소규모 인원만 찬성표를 던져 결국 재의결 되지 못했다.


특검법 통과를 바라는 민주당의 마음은 간절했다. 이날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부터 "(국민의힘은) 국민의 삶을 무한책임져야 할 집권여당"이라며, 아직 의견 표명을 안 한 국민의힘 의원에게 가결에 동참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오후 본회의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설득에 주력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도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 찬성을 촉구하며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국민과 양심'이라는 대의를 내세웠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이탈표를 늘리겠다는 의지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지난 24일 한 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점점 쌓이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 먼저 될지는 모르겠지만 탄핵과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투트랙을 실제 성취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113명이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공개적으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의원은 총 5명(안철수·유의동·김근태·김웅·최재형 의원)이다. 결과로만 따지면 여당은 특검 찬성파 5명 외 이탈이 예상보다 없었다는 계산이다.


한편 야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정의당·새로운미래·개혁신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민주당 성향의 야당 의원은 181명으로,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 2명을 제외하면 179명이다. 국민의힘 의원 5명이 예고대로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범야권에서 반대나 무효로 5명이 빠져나간 셈이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평가한다. 범야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며 "오는 주말 범야권 대규모 장외집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5명이 예정대로 찬성했다면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생긴 것"이라며 "낙선·낙천자들의 이탈로 분산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로텐더홀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재의 표결 부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대 국회서 보자"…벼르는 野, 일극체제 반발이 변수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22대 국회에 대대적인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검법을 곧바로 추진해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목표다.


범야권은 부결 직후 즉시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부결 규탄대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에 분노했던 국민의 목소리를 집권여당이 철저하게 외면했다"며 "진실을 은폐하는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행태에 온 국민의 분노를 모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추진하겠다"며 "22대 국회에서 여당의 발목잡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내놨다. 개원 이후를 마지막 승부처로 보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정당에서 아무리 짓밟더라도 계속해서 꿈틀거릴 수밖에 없는 '일극체제'에 대한 반발이다.


21대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지난해 9월 전격 가결됐었던 적이 있고, 이를 계기 삼아 철저히 단행한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구성된 22대 국회 당선인총회에서도 예상을 뒤엎고 우원식 의원이 '명심' 추미애 당선인을 꺾으면서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는 정치권 관계자들에게 파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졌다. 22대 국회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어도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반발과 저항은 민주정당이라면 반복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당은 개원을 앞두고 국민 여론을 의식한 명분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특검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 여론이 60~70%에 이르고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사 중이더라도 수사 외압 의혹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제대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해당 사안을 반대하는 당위성을 찾지 못한다면 여당은 코너에 몰리고, 22대 국회의원들의 부담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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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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