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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제는 퇴행?…'당원 주권' 폭주에도 '이재명 대항마'가 없다


입력 2024.06.04 05:45 수정 2024.06.04 09:02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당원권 강화' 위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 착수

원외→원내 핵심 급부상한 '더민주혁신회의'

국회의원 중심의 '퇴행적(?) 정당' 거부 결의

이재명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맞장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당내에서는 총선 승리를 이끈 이재명 대표 연임론이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다. 여기에 이른바 '국회의장 경선 사태'로 촉발된 권리당원 권한 강화 방안이 당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친명(친이재명)계 핵심 원외 모임은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퇴행'으로 규정하고, 당론 결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안팎에서 이 대표 일극체제를 위한 세 결집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국회의장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이 낙마하자 터져나온 지지자들의 극한 반발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추 의원은 지난달 '명심'(明心·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내세우며 권리당원의 지지를 한 몸에 받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에 패했다.


권리당원 권한 강화를 주도하는 쪽은 당내 최대 친명 조직으로 급부상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다. 혁신회의는 전날 의원회관에서 '전국대회'를 열고 결의문을 통해 △정당의 주인은 당원 △당원총회 일상화 등 당원참여 공론토론회 상설화 △공직 후보자에 대한 당원선출제 도입 △지구당 부활 △당론 채택 시 전당원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혁신회의도 정당의 주인은 당원으로서 국회의원 중심의 퇴행적 원내정당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에 대한 권리당원의 직접 참여와 당내 의원들이 총의를 모으는 당론 채택 과정에 당원이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당원권 강화 배경으로 언급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과도 일맥상통 한다.


이렇게 되면 난상토론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 당론을 정하는 의원총회 뿐만 아니라 개별 의원들의 소신과 양심에 따른 주장까지 위축될 수 있다. 실제 22대 총선에 불출마한 우상호 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당원권 강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자 혁신회의 소속 양문석 초선 의원이 "맛이 갔다"며 원색적 비난을 가한 게 대표적이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본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에 권리당원들의 '권한 강화'까지 당대표와 합을 맞추는 상황에서 이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며 "지금은 몸을 낮추고 머리를 숙여야할 때"라고 말했다.


원외 모임이던 혁신회의는 22대 총선에서 31명의 당선인을 배출하며 원내로 대거 진입해 민주당(171명) 주축 세력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들의 당 전체 의석수의 4분의 1에 달하는 영향력을 방증하듯 박찬대 원내대표와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행사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 대표도 이들의 요구에 화답했다. 그는 행사 서면축사를 통해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커지며 대의민주주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다 많은 당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직접민주제' 성격이 짙은 당원권 강화 추진 배경에는 이 대표 연임을 위한 밑작업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당내에선 정치고관여층인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만이 주도하는 민주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원 중심 정당의 기조는 옳지만, 일부 강성 당원이 모든 당원의 의견을 대의(代意)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일부 강성 당원이 의견을 적극 타진하고 당이 검토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정치 사상 처음으로 정치고관여당원이 저관여당원을 대의하는 기형적 '강성 당원 대의정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은 '부정·부패에 연루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도록 한다'는 당헌 80조 폐지도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 대표 연임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에 적용되는 제재도 비껴갈 수 있다. 나아가 차기 대권 가도에도 거칠게 없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 지도부나 다수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가 한 번 더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다"며 "현 상황에서 이 대표 외 누가 차기 당대표를 맡을 것인가 하면 명확한 대안 인물이 없고, 정권교체를 이뤄낼 인물도 이 대표 뿐이라는 인식이 우리 당에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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