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 받던 중 넘어져 하반신 마비…유치장서 5시간 수감 후 병원 이송
법조계 "경찰이 조사 중인 피해자 폭행해 상해 입히면 독직폭행상해 해당"
"병원 치료 후 재조사 가능했던 사안…무리해서 유치장에 가둬 비판의 여지"
"경찰관 개인 만의 책임 아닌 국가도 연대해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 져야"
경찰 조사를 받던 50대 남성이 허리를 다쳐 하반신 마비 증세를 보였지만, 유치장에 상당시간 방치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잉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하반신 마비 증세가 나타난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유치장에 방치했다면 부작위에 의한 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찰관 개인 만의 책임이 아닌 국가도 연대해 피해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전 1시 30분께 아산경찰서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받던 50대 남성 A씨는 하반신 마비 증세로 1차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A씨는 지난달 10일 오후 11시 30분께 술을 마시고 놀이터에 쓰러졌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뺨을 때린 혐의로 조사받던 상황이었다. 당시 A씨는 갑자기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이때 형사과 직원이 A 씨 뒷덜미를 뒤로 잡아당겼다. A씨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고 혼자 걷지 못해 직원들 부축을 받아야만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유치장이 있는 천안동남서로 옮겨진 뒤 방치됐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7시가 돼서야 A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5시간 넘게 유치장에 있던 A씨는 병원에서 경추 5·6번 마비 진단과 함께 허리 수술을 받았다. 이후 A씨 가족은 지난달 20일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진정을 제기했고 경찰은 그제서야 경위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직원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팀장 등 2명을 대기발령 내리고 경위 파악 중이다.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경찰이 조사 중인 피의자를 폭행해서 상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할 경우 특가법상 독직폭행상해에 해당한다.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매우 중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가 유치장에서 하반신 마비 증세를 호소했는데 경찰이 이를 알면서 고의적으로 방치했다면 부작위에 의한 범죄도 성립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A씨가 경찰에 진정을 제기했는데도 13일 넘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경찰의 제식구 감싸기 행태로 밖에 평가될 수 밖에 없다"며 "경찰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배상법상 국가도 연대하여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이승우 변호사(법무법인 정향)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경찰관의 과잉수사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A씨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기에 진상조사를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라며 "다만 하반신 마비증세가 있었다면 병원 진료 후에 추후 재조사를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무리하게 유치장에 가둔 대응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에 따라 수사관들에 대한 해임, 정직 등 내부적인 징계는 일어날 수 있지만, 형사적으로 처벌이 가능할지 여부는 수사가 더 필요한 사항"이라며 "만일 수사기관이 직권을 남용해 체포나 폭행 등이 이루어졌다면 형법 제125조 독직폭행 혐의 등이 검토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이번 사건에서 담당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고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된다. 과연 이번 사건에서 경찰을 비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형사법상 과실을 따질 때는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본안은 주취자가 경찰조사 도중 이탈하려는 것을 경찰이 제압하다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물론 책임범위 제한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형사소송에 비해 민사소송은 인과관계가 폭넓게 인정된다. 이에 따라 경찰관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