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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전남 영암,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에 성공한 이유는?


입력 2024.06.14 16:06 수정 2024.06.14 16:1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한국정책학회, 부산서 13~14일 하계학술대회 ‘지방시대의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방안’ 세션 개최

14일 롯데호텔 부산에서 개최된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고두환 대표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 한국정책학회


올해 1분기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이 전년에 비해 31.8% 감소한 가운데 한국정책학회가 13~14일 부산에서 개최한 하계학술대회 ‘지방시대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방안’ 세션에서 ‘민관협력을 통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방안’이 제기됐다.


연간 10조원 모금을 바라보는 일본 고향납세 역시 제도 원년인 2008년부터 큰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다. 총무성 지도 아래 만든 지방자치단체 사이트에 기부자가 방문해 기부액과 답례품을 선택하고, 결제는 지방 지정은행에 송금하는 방식으로 기부가 이뤄졌는데 시민들은 매우 불편해했다.


2012년 모금액이 직전 연도보다 170억 원 가량 줄면서 위기감을 느낀 총무성은 민간에 플랫폼을 개방하기에 이른다. 기부자가 클릭 한 번으로 기부하는 체계를 만든 셈이다. 이렇게 고향납세 민간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가 등장했다. 일본 고향납세는 플랫폼을 정부가 운영하다가 민간에도 역할을 부여하면서 성공한 셈이다.


행정안전부-울산광역시가 진행한 ‘2022 고향사랑기부제 국제포럼’에 나선 후루카와 야스시 일본 중의원은 "민간 플랫폼은 (정부가 추진했던 플랫폼에 비해)기부자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기부하기 쉽게 설계돼 있다. 모금은 속성상, 트렌드에 맞춰 운영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드는데 행정이 운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발표에 나선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는 “일본에서는 고향납세 성장이 단순히 모금이 아닌 지자체의 재정자립과 지방 기업의 성장으로 말미암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직접적으로 도모한다고 판단한다. 민간플랫폼의 등장은 선의의 경쟁 덕에 기부금 사용처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되고, 지방 특산품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다양한 답례품이 등장했으며, 무엇보다 전 연령의 폭발적인 기부 참여로 일본 정보통신산업 촉진의 기폭제가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2007년 일본은 고향납세 제도를 입안할 때, 조세 제도 근간을 흔든다며 관료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이런 지적에 당시 총무대신을 맡고 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고민 역시 깊었다. 그러나 지방의 열악한 재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절체절명의 화두 아래 고향납세 모금 활성화를 위해 그는 '공급과 수요를 혁신한다'는 방향을 설정한다. 모금을 통해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일은 총무성이 지방창생 전략과 함께 도모하고, 답례품의 공급 혁신은 지자체의 권한을 일임하고, 민간플랫폼에 홍보마케팅을 맡겨 혁신적인 수요 창출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고두환 대표는 민간플랫폼 ‘위기브(wegive)’ 사례를 언급하며 “광주 동구, 전남 영암, 강원 양구 등의 지자체가 지난해 실험적으로 민간플랫폼 위기브를 통해 모금을 시도했다. 클릭 한 번으로 기부가 되는 편의성 증진, 기부금 용도를 선택하고 기부 이후 소식이 지속적으로 피드백이 되는 투명성 덕에 효용성이 증대되어 동 기간 모금했던 타 지자체보다 압도적인 모금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5개월가량 위기브를 활용한 광주 동구는 대도시 기초지자체 한계를 극복하고 9억 2000여만 원의 모금에 성공했고, 전남 영암군은 1개월가량 위기브에서만 3억 9000여만 원을 모금하는 기염을 토했다.


실제 일본에서는 유바라시가 2006년 파산 선언 이후 2008년부터 고향납세 모금에 적극 나서며 부채 350억 원 중 280억 원 상환 사례와 몬베츠시 예산 대비 고향납세 모금 수입이 약 30% 가량 차지하는 사례 등이 존재한다.


ⓒ 공감만세

발표 이후 토론은 박형준 성균관대 교수(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1기 위원)의 사회로 은종환 경상국립대 교수, 장유미 중앙대 교수, 신가희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최준규 경기연구원 기획조정부장, 오정민 Arkansas state univ 교수, 박석희 카톨릭대 교수, 김영록 강원대 교수, 이현 신한대 교수가 참여했다.


현재 우리 제도는 지자체 공무원의 동기부여가 쉽지 않고, 일본에 비해 제도 운영이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기존의 법제도에서 보상 및 복구가 쉽지 않았던 동일본대지진, 오키나와 슈리성 화재에 일본 고향납세 제도가 적극 활용된 사례가 소개되며 최근 북한 대남 오물풍선, 서천특화시장 화재 등 역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을 통해 기존 법제도가 해내지 못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방안도 제시됐다.


“18개월 째 운용되는 제도에서 기부자들의 불편함이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의 모금은 민관협력을 통해 편의성을 위한 서비스 개선이 계속적으로 이뤄졌고, 지자체 공무원의 업무 경감에 효율적이었다면 현재 우리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정부가 하는 일의 연장선상에서 기부라는 혁신적인 일을 다루니 피로감이 높다는 의견 등이 피력됐다.


한편 이번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는 (재)피스윈즈코리아가 후원에 나섰다. 피스윈즈는 일본 진세키고겐쵸에서 ‘유기견 살처분 제로 프로젝트’로 지정기부 모금 1위를 매년 차지하고 있는 긴급구호 전문 NGO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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