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지난달 30일 파킨슨병 환자에게 구토 치료제 '맥페란' 처방한 의사에 금고형 집행유예 선고
법조계 "피고인이 '환자 파킨슨병 알았다면 주사 안 놨을 것' 진술…결정적 증거"
"위험 감수해서라도 주사 놨어야했다라고 주장했다면…법원서는 과실로 판단 안 했을 것"
"판결의 적부와 별개로 내용 자체가 의사들에게 부담…국가권력에 대한 저항감 높이는 계기 됐을 것"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오전 전면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창원지법에서 맥페란 처방 의사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도 의사들의 집단휴진 참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형량이 과해 대법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판결의 적부와는 별개로 판결의 내용 자체가 의사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이라고 강조했다.
18일 법조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앞서 창원지법 형사3-2부(윤민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파킨슨병 환자에게 구토 치료제 '맥페란'을 처방해 병세를 더 악화시킨 혐의(업무상과실치상)를 받는 의사 A씨 항소심에서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유지했다.
이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달 8일 페이스북에 윤 부장판사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이 여자 제정신이냐"라고 적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금고형을 받은 A씨가 면허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자 보건복지부는 "업무상과실치사상은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단서에 따라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법정에서 '환자가 파킨슨병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 약을 안 놓았을 거다'라고 말씀하신 거 같은데, 그게 결정적 증거가 됐다"며 "오히려 '구토를 잡는 건 노인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주사를 놓는 게 옳다고 주장했으면 법원에서는 과실로 판단하지 않았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맥페란 약물은 구토에 쓸 수 있는 유일한 약물이라고 한다. 80세 노인의 경우 구토하다가 기도 폐색 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약물 투여를 적극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게 다수 의사들의 입장"이라며 "약물을 투약해 일시적으로 파킨슨병이 악화한 자체를 의료 사고로 볼 수 있을 거 같지는 않다. 형량이 조금 과하다고 봐서 대법원에서는 다른 판단도 가능하리라 본다. 의료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사들의 답답함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구토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맥페란만큼 효과 있는 약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 맥페란을 사용했다가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처벌받는다면 의사들의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벌금형 선고도 가능했을 거 같다"며 "이 판결이 개원의의 집회 참석·휴진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안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의료행위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는지는 주로 의료감정을 근거로 이루어지고, 이 사건 판결에서도 3개의 감정 중 2개의 감정이 판결의 근거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판결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의료행위는 매우 전문적이라서 제3자가 그 적부를 판단하기도 어렵고, 또 긴박한 상황에서 의사의 결단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를 두고 '업무상 과실'로 평가하게 되면 의료인으로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하거나 소극적으로만 대처하려고 하게 될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사들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을 범죄라고 판단해버리면 어떻게 적극적으로 의료적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볼멘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판결의 적부와는 별개로 사실상 판결의 내용 자체가 의사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고, 국가권력에 대해 저항감을 높일 계기는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