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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풍비박산" 유족 호소에 판사도 울었다…'분당 흉기난동' 최원종 항소심


입력 2024.07.11 08:56 수정 2024.07.11 08:56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항소심 재판부 결심공판서 피해자 유족들 의견 들어

최원종은 "피해자들 지금은 전부 나를 스토킹 한다" 황당 주장

선고는 8월 20일 진행…검찰은 원심처럼 사형 구형

'분당 흉기 난동 사건' 가해자 최원종이 지난해 8월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어제 7월9일은 혜빈이의 21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 혜빈이가 살 공간이 없다는 게, 이 세상에 없었다는 것처럼 시간이 흐른다는 게 서럽습니다. 이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인 고(故) 김혜빈(당시 20세) 씨의 어머니가 지난 10일 수원고법 형사2-1부(고법판사 김민기 김종우 박광서) 심리로 열린 최원종(23)의 살인 등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최원종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재판부는 지난 기일 이 사건 피해자 유족 측에게 발언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한 바 있다.


김혜빈씨의 어머니는 애써 감정을 삼키면서 "저희 부부는 혜빈이와 함께 나이를 먹으면서 친구처럼 늙어갈 줄 알았는데 혜빈이가 죽게 됐다. 사고로,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 피고인에 의해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다"면서 "최원종은 살아있고 혜빈이는 없다는 게 조각칼로 심장을 조금씩 도려내는 것 같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혜빈이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고, 혜빈이는 더 이상 오늘을 살 수 없다. 영원히 21살이 될 수 없다"며 "최원종이 사형받기를 원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어 고(故) 이희남(당시 65세)씨의 남편도 미리 적어 온 종이를 꺼내 들고 "한순간에 아내와 말 한마디 못 하고 영영 이별하게 됐다. 집을 나선 지 5분 만에 일어난 일이다. 같이 있으면서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고 원통한 심정을 토해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아니다. 살인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무고한 사람을 살해하겠다고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어떻게 감형받을 수 있을지까지 공부하고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죄책감도 없이 변명만 하고 감형을 위한 노력만 하지 진정한 사과 한번 없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사람들은 살해됐는데 흉악 살인자는 살아있는 세상이 참 원망스럽다. 계획해 살인한 자에게 사형이라는 엄한 메시지를 내려 이런 일을 막고 안전한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유족들이 발언하는 동안 별다른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던 최원종은 이어진 피고인신문에서 이 사건 피해자들이 현재 모두 자신의 스토킹하는 조직원이 됐을 거라는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그는 이 사건으로 체포된 이후부터 "스토킹 단체가 (자신을)스토킹하고 있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최원종은 이날 '14명의 사상자 중에 무고한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전혀 생각 못했냐'는 변호인 질문에 "당시엔 그런 것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추가로 "지금은 그러면 14명의 사상자 중 무고한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지금은 전부 (스토킹에) 가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판부가 재차 '14명 사상자 모두 스토커 조직원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냐'고 확인하자 "네. 텔레비전이나 뉴스 같은 것을 보면 저를 도청할 수 있는 집단에 가담할 수 있어서"라고 발언을 하기도 했다.


법원 ⓒ데일리안DB

최원종의 답변이 이어질 때마다 방청석에서는 헛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이후 최원종에게 1심과 동일한 사형을 구형하며 "고인과 유족분들께 죄송하며 검찰은 오늘 유족분들의 말씀을 검찰 항소 이유로 한 토씨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원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1심 재판장께서도 많이 고민하셨다.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사와 유족, 사회의 여론을 이해한다고 판결문에 직접 적은 걸 보면 그만큼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며 "그러나 우리 재판부에서는 이러한 유족의 마음을 이해만 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최원종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과 피고인 가족 모두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사형을 원하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형사상 처벌은 법률에 따른다는 죄형법정주의가 지켜져야 한다. 다수의 의견만으로 법이 판단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법정에서 보인 태도 등을 봤을 때 피고인 범행 당시 사물변별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생각한다"며 "피고인이 처벌을 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서 말했듯 스스로 처벌받고자 하고 있으나, 다른 판결과의 형평성 등을 위해 심신미약 감형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종은 최후 진술에서 "국정원과 신천지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감청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니 이내 "피해자 유가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원종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20일 진행된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오후 5시 59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부근에서 모친의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다수를 친 다음 차에서 내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김헤빈씨와 이희남씨 2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숨졌으며,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심 재판부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해할 수 있는 지하철과 백화점을 범행 장소로 정하고 범행도구와 범행 방법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며 최원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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