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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한도 상향…외식업계 “여전히 아쉽다” vs. 소비자 “가격 인상 명분만”


입력 2024.07.25 07:24 수정 2024.07.25 07:2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국민권익위 시행령 개정안 의결

지난 20년간 물가상승 반영 안돼

외식업계 “소비 활성화 대책 시급”

여론 일각에선 “가격 올릴 명분 주는 셈”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앞에 정식 메뉴 가격표가 붙어 있다.ⓒ뉴시스

정부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상 식사 접대비 한도를 상향 조정하기로 한 가운데, 외식업계와 소비자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물가인상 등 현실을 감안할 때 “당연한 인상이다”라는 입장인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가뜩이나 고공 행진하는 외식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이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식사 접대비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높이는 안을 의결했다. 청탁금지법 한도 조정은 입법 사안이 아닌 만큼 국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을 거친 뒤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청탁금지법 시행 8년 만에 식사비 한도 상향에 나선 데에는 갈수록 악화하는 소상공인 경영난을 해소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외식업계에선 현행 청탁금지법에 담긴 식사비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승윤 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2003년 공무원 행동강령 제정 당시 음식물 가액 기준 3만원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20년 넘게 유지돼 왔다”며 “물가 상승 등 환경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고물가, 소비 위축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농축수산업계, 외식업계를 위해 청탁금지법상 음식물과 농축수산물 선물 등의 가액 기준을 상향해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호소도 계속돼왔다”고 덧붙였다.


외식업계는 이번 정부 조치를 두고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이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원재료 가격, 인건비, 공공요금 등 각종 비용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경기 불황으로 업체들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소비 활성화 대책이 시급했다는 이유에서다.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0대)씨는 “삼겹살 1인분 2만원, 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 그동안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며 “이제야 현실에 맞게 조정이 되는 것 같다. 여의도와 강남 등은 이미 1인 기준 5만원이 넘는 메뉴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식사비 한도가 여전히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최근 전국 외식업체 13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업체들이 생각하는 식비의 적정 상한액은 평균 8만3936원이었다.


급격한 물가 상승에도 불경기와 청탁금지법을 고려해 음식값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만큼 식비 상한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시내 음식점 밀집 지역에서 한 시민이 길을 걷고 있다.ⓒ뉴시스

반대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물가상승으로 어려운 시기 영업주들이 일시에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을 주게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비난을 의식해 가격을 억눌러왔던 음식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식 물가가 올랐다지만 재료나 반찬을 줄이더라도 점심 한 끼 2만9000원짜리 ‘김영란 세트’ 메뉴를 유지하는 식당도 많았다.


세종시 청사 인근에서 복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단가를 맞추기 어렵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아 7년 째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식업계가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인상 해소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식자재 가격 급등과 최저임금 인상 예고 속 김영란 법 상향 조정은 가격 인상을 개시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 초기와 달리 식사비 한도를 액면 그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밥값을 기록해야 할 경우 참석 인원을 부풀려 1인당 비용을 줄이는 편법을 쓰는 식이다. 가까스로 지켜온 식사비 한도를 상향할 경우 자칫 김영란 세트 가격만 올릴 명분을 줄 수 있다.


여의도 소재 직장인 A(30대)씨는 “가격이 무리하게 오르면 지금보다 외식을 더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식당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외식물가가 올랐다 해도 일반 직장인이 한 끼 3만원 이하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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