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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불가피 정국' 자꾸 왜?… '尹 임기 단축 개헌' 목소리 높이는 野


입력 2024.07.30 06:15 수정 2024.07.30 06:15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삼권분립과 국정 망가뜨린 게 대통령 아니냐"

당권주자들도 앞다퉈 "4년 중임제 도입하자"

전문가들 "여론조성 위한 대통령 이미지 훼손"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시작되자 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재의요구권(거부권) 연속 행사를 부각하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골자로 하는 개헌 필요성에 군불을 떼고 있다. 대통령 '탄핵'은 강제성이 수반되는데다 헌법재판소에서 인용이 돼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는 등 정치적 부담이 크다. 그 대신 임기를 단축해 결국 '조기대선'을 치르자는 것이 야권의 구상이다.


'거야'의 의석(190석)을 모두 합쳐도 200석이 되지 않고, 개헌 논의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즉 현실적으론 야당의 바람처럼 '국회 차원'에서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의 실현은 여의치만은 않다. 그럼에도 야권에서 '거부권 남발' 프레임을 지속해 꺼내드는 것을 두곤, 정부·여당을 향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 형성을 통해 개헌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30일 오전 '5박 6일'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면 야당 단독 처리로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모두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된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는 30일 오전 8시 30분경 강제 종료되고 민주당 등 야당은 그 이후 마지막 남은 방송법인 '교육방송공사(EBS) 개정안'을 단독 처리할 전망이다.


방송 4법 중 3개 법안은 '본회의 상정→필리버스터→24시간 후 표결을 통한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야당 단독 법안 처리' 순서를 거쳐 이미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은 '국민 열망'을 들어 개정안이 최종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즉시 공포해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야당이 밀어붙인 방통위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이다. 이어 방송 3법(방송법·방문진법·교육방송공사법)은 각각 KBS·MBC·EBS 이사 수를 대폭 늘리고 시민단체 등 외부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방송 4법의 처리 후에도 여야는 숨 고르기 없이 극한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민주당이 오는 1일 본회의에서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처리를 예고하면서 정국은 더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거야의 독주'에 '의석 열세'까지 겹치며 여당의 무기력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으로선 방송 4법에 이어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까지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15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조만간 거부권 행사 법안은 20개를 넘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정국 상황과 연속된 거부권 행사의 책임 소재를 정부에 돌리고 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거부권 남발로 삼권분립과 의회 그리고 대한민국 국정을 망가뜨린 게 바로 대통령 아니냐"라고 압박했다. 앞서 있던 각종 특검 정국에서의 '거부권 행사'들을 겨냥해서도 민주당은 '정권 몰락' '국민 분노' 등의 표현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지난 24일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도 "먹고살기 어려운 데다가 비민주적인 난폭한 국정 때문에 국민들이 너무 힘드니까, 임기 전에라도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라며 "나는 대선 때 임기 단축을 통한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을 했다. 실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내가 임기 1년을 포기하고 개헌을 할 생각이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앞서선 김두관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2026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동시에 시행하자"라고 제안했다.


김 후보는 최근 SBS라디오 '정치쇼'에서도 "탄핵을 하려면 200석이 탄핵에 동의를 해야 되고, 이게 헌법재판소에 넘어가서 다시 헌재에서 인용이 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탄핵은 강제적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라며 "여야가 정말 극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타협을 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임기단축 개헌(을 통한) 조기대선을 하는 것과 탄핵하고는 사실 결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기야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까지 가세해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4일 연임 도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최근 "복잡하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거부권으로 극한 대립하며 생산성 없는 정치 하지 말고, 임기 단축 개헌을 가자"고 페이스북을 통해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에서는 추경호 원내대표가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식의 문제 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찍부터 선을 그어 왔다. 조정훈 의원도 개혁신당 내에서 제기된 임기 단축 언급에 '사임을 하자 하면 될 것이지, 왜 개헌을 하느냐'는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거부권 행사 횟수가 쌓이면 쌓일수록 (민주당은) 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횟수가 과도하게 많으면 이런 주장, '대통령이 일을 안 한다는 것은 직무유기'의 근거가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부권 행사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임을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이미지를 자꾸 훼손, 깎으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개헌의 필요성, 그래서 임기단축 필요성을 여론에 자꾸 심어주려 하는 것이고, 그래서 여론이 호응을 하면 그 여론에 못 이겨 결국은 개헌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는 추론이 가능하다"고도 덧붙였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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