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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 인선은 알아서" 尹에 약속받은 한동훈…'韓 체제 전환' 결심만 남았다


입력 2024.07.31 18:06 수정 2024.07.31 18:20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尹-韓 회동 후 서범수, 당직자 총사퇴 전달

'韓 체제' 급물살…찐윤과 관계 설정 눈길

일각 "韓, 정 의장 직접 만나 설득했어야"

새 정책위의장 인선에 "정무적 선택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 당 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당대표와 기념촬영을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대통령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자신의 색채를 담은 당직자 인선을 실시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당직자 인선은 당대표가 알아서 하라"는 '백지수표'를 받은데다, 기존 당직자 일괄 사퇴 입장이 직후 나오면서 '한동훈 체제'로 당직을 전면 재편할 배경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풀어내면서, 이른바 '찐윤'들과는 거리를 두는 방식으로 당무를 운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한 대표와 회동하며 당직 인선과 관련해 "당대표가 알아서 하시라"는 '백지수표'를 내줬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만난 건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24일 만찬 이후 6일 만이다. 1주일 새 두 번이나 회동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 한 대표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직의 취약점을 (보완되도록) 강화해 조직을 잘 이끌어 나가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건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으로 당 안팎에선 '한동훈 체제'로의 당직 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최고위 9인 중 한 자리인 정책위의장직을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가 빚어왔던 인선 갈등을 윤 대통령이 직접 정리해준 것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에 한동훈 지도부에 승선한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한 대표와의 면담 직후 "대표가 새로 왔으니 새로운 변화를 위해 당대표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당직자에게 일괄 사퇴를 해주셨으면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정점식 현 정책위의장의 자진 사퇴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정 의장의 개임(改任)은 기정사실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께서 직접 시그널을 주셨지 않느냐. 이건 한 대표와의 사이가 봉합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한 대표도 전당대회에 나서면서부터 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에 맞춰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새 인선을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재편의 모양새가 어떻게 정리되느냐 하는 점이다. 한 대표 측에선 정 의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 임면권을 휘두르지 않아도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줬으면 하지만, 본인 의사에 관계없이 친윤계와 얽히게 된 정 의장이 용퇴 결단을 내릴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무슨 말을 하든지 그건 당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후 정 의장은 이날 오후 한 대표와 따로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뒷쪽으로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선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 인선을 자신의 뜻대로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갈등은 봉합됐을지 몰라도, 정 의장의 유임을 주장하고 있는 '찐윤계 의원'들과의 의견 차이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과 독대를 한 건 검찰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췄던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두 분이 화해를 했다거나 뜻을 모았다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 기간 동안 네거티브를 주도했던 찐윤계와의 갈등은 또 다른 이야기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의장의 거취 문제를 어떤 식으로 매듭 지을지와 차기 정책위의장으로 누구를 지명할지 여부가 한 대표 정치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채널A에 출연해 "(정책위의장은) 임기가 보장된 만큼 본인 판단에 의해 사의 표명을 하지 않으면, 당대표의 비서실장이나 측근들이 익명으로 언론을 통해 사퇴 압박을 하는 것보다는 한 대표가 직접 당사자(정 의장)를 만나서 설득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에도 당내 상황에 관한 우려가 지속되는 이유는 한 대표가 '찐윤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따라 갈등이 표면화될 리스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행 당헌에 따르면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의 협의를 거쳐서 후보를 선출하고, 이후 의총에서 추인도 받아야 한다. 추 원내대표를 설득하고 의원 과반의 지지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한 대표 측에서는 후보를 누구로 할지, 어떤 교체 명분을 제시할지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임 정책위의장으로는 수도권 3선인 송석준 의원과 김성원 의원이 물망에 오른 상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 의장과 한 대표의 사이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소위 찐윤계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지금 이 사안에 얽힌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함께 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의 색채를 낼 수 있고 찐윤과는 거리를 둘 수 있는 분을 정책위의장으로 올리는 결정으로 당내 반발을 최소화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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