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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핵무장, 서두르지 말고 투명하게 긴 안목으로


입력 2024.08.08 01:00 수정 2024.08.08 01: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조기 핵무장 가능론이 가장 큰 문제

핵잠재력 日 수준으로 높이려면

장기적이고 처절한 日 노력 직시해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대형태극기가 펼쳐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도화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핵무장 등 역량 강화 필요성이 힘을 얻는 가운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마음만 먹으면 1년 안에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과학기술적 제한 요소와 미비한 법체계,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춘근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은 7일 서울안보포럼과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이 의원회관에서 '북핵 위협 현실화에 따른 우리의 핵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과학기술계에 닥친 문제 중 조기 핵무장 가능론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핵무장) 당위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실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 수준인 우리 원자력 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단기간 내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삼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는 급속한 핵무장 추진이 초래할 각종 제약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핵무장에 앞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부터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지만, 일본이 오랜 기간 끈질기고 투명하게 관련 역량 확보에 공들였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평가다.


이 위원은 '한미 원자력협정이 미일 원자력협정보다 불리해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면서도 "일본이 얼마나 치밀하고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했는지, 얼마나 처절하게 노력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비핵화 정책과 수준 높은 관료,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토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노력을 이어 온 끝에 핵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관련 역량을 투명하게 공개·보완한 것이 국제적 우군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 위원은 일본이 원심분리기 및 재처리 관련 기술 확보에 있어 "문제점을 다 노출했다"며 "철저히 개선해 기술을 축적했다. 일본이 축적한 경험과 설비, 필요한 부품 및 약품 그리고 인력양성 등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카이 재처리 공장은 1977년부터 2006년까지 운영됐다. 1993년 당시 수년 내 완공키로 했던 로카쇼 상용공장은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20여 년 동안 개선을 거듭했다.


러시아로 인해 촉발된
자유진영 우라늄 공급망 구축 논의
국제정세 편승할 필요성 제기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원자력 강국 이미지를 앞세워 민간 부분을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하되, 달라진 국제정세에 적극 편승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발 불확실성을 계기로 우라늄 공급망 구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원자력 강국인 한국이 '일정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 설득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최근 러시아 때문에 자유세계 우라늄 공급 문제가 생겼다"며 "원자력 대국들이 연합해 공급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자력 대국인 우리도 편승해 우라늄 농축 기술, 원심분리기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들이 원심분리기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15~20년이 걸렸다"며 "우리도 10년, 더 빨리하면 5년 정도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능력의 문제"라고 밝혔다.


법제 정비 서두르며
국민 수용성도 높여야


핵역량 확보를 위한 공장 부지 마련 등의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높은 만큼 법제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련 법제가 없다"며 "재처리를 하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이송·저장 등의 법제가 있어야 한다. 공장을 세울 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 수용성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 여건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위원은 "(처음엔) 민수용으로 접근하되 국내 법제를 만들고 주민 수용성을 높인 다음, 시기를 봐서 군사용을 앞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군사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과학기술계에 강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능력 확장이 저해되는 것을 많이 봤다"고 강조했다.


"주요 정치인들, 막무가내로
자체핵무장 내지르지 말아야"


한편 이번 세미나에선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의 자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여론 흐름에 편승해 국내 정치적 이익을 보고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국익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은 "공식적으로 미국과 외교를 해야 되는 분들, 원내대표급 이상 되는 분들은 막무가내로 자체핵무장 이야기를 내지르지 마시라"라며 "그렇게 하면 미국으로부터 바로 적이 된다"고 강조했다.


핵무장을 포함한 핵역량 확보는 미국의 협조나 묵인 없이 불가능한 만큼, 정치인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평가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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