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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계양을 TV토론 흑역사?…이재명, '생중계' 민감한 이유 [정국 기상대]


입력 2024.08.22 00:10 수정 2024.08.22 06:41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원희룡 "李, 토론회 비공개 요구" 이재명 측 "사실무근"

여야 대표회담 전 與 '생중계 제안'…민주당 "불쾌하다"

한동훈 "국민께서 여야 대화 보는 것이 불쾌할 일이냐"

신지호 "李, 韓 부담스러워서 피한다는 오해 받지 않길"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오른쪽)가 지난해 12월 29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공식 회담 전부터 여야 실무진이 회담 방식을 놓고 이틀째 공방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생방송 중계 제안에 불쾌감을 드러낸 반면, 국민의힘은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공개하자는 게 어째서 불쾌할 사안이냐며 역공을 펼쳤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한 대표와의 생중계 회담이 부담돼 일부러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야당이 여당의 생중계 제안에 불쾌감을 드러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과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생방송 중계'와 '독대 여부' 등 회담의 형식과 배석 문제를 놓고 회담 시작 전부터 기싸움에 나섰다. 박 비서실장은 전날 언론을 통해 양당 대표 회담에 배석자 없이 두 대표가 만나는 장면을 생중계로 전체 공개하자고 밝혔다.


이 비서실장은 이 소식을 접한 뒤 박 비서실장과의 실무 회동을 취소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여야 회담을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쾌한 생각이 든다"며 "미리 툭 던지듯 언론을 통해 전체 회담 내용을 생중계하자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반면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여야 대표가 대화하는 걸 보는 게 불쾌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민주당도 새로운 민주당, 새로운 정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이) 논의의 과정, (양당 대표가) 어떻게 사안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보는 게 불쾌할 일이 아니고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 앞에서 여야 대표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제안에 민주당이 '정치적 이벤트'라고 비하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이라며 "이 대표의 상습적인 말바꾸기가 국민 앞에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면 마다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 원희룡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가 지난 4월 1일 오후 경기 부천시 OBS 경인TV에서 진행된 22대 총선 인천 계양을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앞서 이 대표는 지난 4월 2일 총선 과정에서 실시된 OBS 주관 인천 계양을 TV토론회를 현장 비공개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빚었다. 경쟁자였던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 측에 따르면 당초 TV토론회는 공개 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 측의 요구에 따라 시작 1시간 전 비공개로 바뀌었고 보도유예(엠바고) 방침까지 결정됐다고 항의했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총괄했던 한동훈 대표는 당시 후보 지원유세 현장에서 "원 후보와 이 후보가 토론하는데 갑자기 이 대표가 반발해서 생방송으로 공개되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며 "오늘 이 대표는 법정에 있다. 법정도 실시간으로 공개되는데 왜 총선을 앞둔 유력 후보자 사이의 토론이 공개되지 않아야 하느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입장문에서 "이재명 캠프가 토론 방송을 비공개 전환해달라고 주장한 건 사실무근"이라며 "법정방송토론이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일시에 맞춰 전파를 타기 전까지 엠바고를 요청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 토론회 취재를 기다리던 기자들 사이에선 토론회 녹화 비공개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불만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김지수·김두관 당대표 후보가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신사옥 스튜디오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격은 다르지만 이번 민주당 8·18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TV토론회 과정에서도 이 후보의 요청으로 30여분 가량 진행되던 후보자 간 토론회가 처음부터 다시 녹화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후보들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8시부터 진행된 MBC '100분 토론' 녹화 시작 30여분 직후 이 후보가 "리허설인 줄 알았다"며 방송사 측에 재녹화를 요구했고, 방송사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 후보를 향해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다' '당에 다양성이 실종됐다'고 비판하던 김두관 후보는 이날 TV토론회에서 평소보다 '전투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배경에는 토론 열기가 달아오르던 중 이 후보의 재녹화 요구에 김 후보가 맥이 풀렸다고 한다. 김 후보 측은 "사전 협의도 없이 이렇게 재녹화가 되는 경우가 다 있느냐"며 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 당시 이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은 공개로 해야한다'는 과거 발언을 들어 이 대표가 한 대표를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21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지난해 6월 이 대표가 김 대표와 정책 대화를 하자고 했는데 김 대표는 비공개를 원했고 이 대표는 공개를 하자고 했다"며 "이 대표가 그 때 '여야 대표가 굳이 비공개로 만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국회 로텐더홀에 의자 하나, 책상 하나 놓고 만인이 보는 가운데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를 바란다' 아주 정답을 말씀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 정신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얘기했던 분이 (이번 공개 제안엔) 불쾌하다고 하는 것은 김기현은 만만하니까 로텐더홀에 의자 하나 놓고 하자고 하고, 한동훈은 부담스러우니까 피한다고 하는, 이런 오해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여야 대표 회담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전국민에게 25만원을 살포하는 민생지원금법 등이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여야 대표가 민생 의제를 놓고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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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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