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10·16 보궐선거 출마 선언
"조희연도 나와 같이 정치·사법 테러의 희생자일 뿐"
과거 뇌물공여와 관련 "내 양심의 법정에서 떳떳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출마를 선언하자 교육계 내에서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상대 후보 매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실형까지 산 '뇌물 전과자'인데다가 2010년 당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 받았던 선거비용 35억 원 중 30억 원 가량을 아직도 반납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곽 전 교육감은 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이번 선거는 우리 교육을 검찰 권력으로부터 지키는 선거이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삼중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이라면서 "윤석열 교육정책 탄핵, 조희연 낙마시킨 정치검찰 탄핵, 여러분이 다 아시는 '더 큰 탄핵' 등 세 가지 탄핵 과제를 갖고 나왔다"고 말했다.
'더 큰 탄핵이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귀가 있으면 알아들으실 것"이라고 답하며 사실상 인정했다.
구체적인 공약으로는 "교과서에 식민지 근대화론 류의 역사 왜곡과 날조를 관철시키려는 추악한 기도를 막아내겠다"며 "식민지 교육의 재침탈에 맞서 헌법에 명시된 독도영토와 대한민국 자존감을 지키는 교육으로 중심을 잡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초등 의대 진학반' 광풍과 '부모 찬스' 등을 개선하고 사교육비 고통을 유발하는 수학 교육과정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곽 전 교육감은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조희연 전 교육감의 유죄판결과 과거 자신의 유죄판결 모두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조희연 교육감은 정치·사법 테러의 희생자이며, 12년 전 제가 겪었던 위기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과거 유죄 판결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도 "저는 내 양심의 법정에서 당당하고 떳떳하다. 판결에 전혀 승복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본인과 조 전 교육감 모두 죄가 없는데도 정권의 희생양이 됐다는 취지다.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였던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같은 진보 진영 상대 후보였던 박명기 당시 서울교대 교수에게 본인을 단일 후보로 만들어주는 대가로 2억원을 건넨 혐의로 교육감이 된 지 1년여 만에 수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2억원에 대해 "선의로 부조한 것"이라며 뇌물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곽 전 교육감이 자금 흐름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이 돈을 빌려준 것처럼 꾸미려 거짓 차용증을 만들고 돈도 친·인척 계좌로 보내는 등 증거를 감추려 한 것을 봤을 때 선량한 목적의 부조라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법원에서 징역 1년 확정판결을 받은 곽 전 교육감은 2019년 신년 특별 사면 때 복권돼 피선거권을 회복한 상태다. 복권되지 않았더라도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피선거권 제한 기간(10년)도 지나 출마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당선 무효가 됨에 따라 국가에서 보전받은 교육감 선거 비용 약 35억원을 반납해야 하지만, 일부만 반납했을 뿐 아직 많은 금액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곽 전 교육감 측은 "꾸준히 조금씩 반납하며 현재 4억~5억원까지 냈다"고 했다. 현행법상 선거보전금을 반환하지 않아도 출마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곽 전 교육감의 출마선언이 알려지자 교육계에서는 '철면피의 극치'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인 A씨는 "뇌물 전과자가 서울 교육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공정한 경쟁보다 황금만능주의로 해결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출마 선언도 교육 현장을 이념 현장으로 물들이겠다는 예고로 보여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고교 교사인 B씨도 "교육감 선거에 나서면서 대통령 탄핵을 외친다는 것은 대놓고 개인적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익과 사익의 구분도 못하는 곽 전 교육감은 절대 교육감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