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황당한 택배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사람이 아닌 까마귀였다.
YTN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지난 22일 오후 2시 50분쯤 강남구 작업실에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택배 수령을 위해 오후 8시쯤 작업실을 찾았지만 택배는 보이지 않았다고.
아무리 찾아도 택배가 보이지 않자 A씨는 작업실 입구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뒤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까마귀 한 마리가 자기 몸만 한 택배 꾸러미를 물고 사라진 모습이 영상에 담겼기 때문. 오후 5시 15분쯤 작업실 앞에 나타난 까마귀 한 마리는 2분 정도 두리번거리더니 택배를 냉큼 물고 갔다.
A씨는 "까마귀가 자기 몸만 한 파우치를 가지고 간 어이없는 상황이라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어느 누가 까마귀가 택배를 가져갔다고 생각하겠냐"고 황당해했다.
그러면서 "(까마귀가 혹시 떨어뜨렸을까봐) 길거리도 돌아다녀 보고 했는데 결국 못 찾았다"면서 "까마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발 먹는 거 아니니까 다시 갖다 놔줬으면 좋겠다"라고 YTN에 말했다.
최근 서울 도심에 까마귀가 출몰하는 사례가 늘면서 그에 따른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화물차 위에 실려 있던 달걀을 까마귀가 물고 가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또한 지난해 10월 30일 경기 용인시 한 전원주택 단지에선 소형 택배를 물고 가는 모습이 포착됐고, 지난해 11월에는 까마귀가 한 카페 앞에 배달된 계란 한 알을 물고 날아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우리나라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다. 대개 몸 길이가 56.5㎝ 정도인 이 까마귀는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4~6월에는 공격성이 높아져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노원구에서 길 가던 행인이 까마귀에 머리를 쪼여 피를 흘리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온라인상에 올라오기도 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큰부리까마귀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유해야생동물이란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이나 과수에 피해를 주는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