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강화군수 당선 인사 위해 풍물시장 찾아
"국민만 보고 피하지 않고 문제 해결하겠다"
상인·주민들 "한동훈 힘내라"며 힘 실어줘'
'김건희 리스크'에는 "자중하길" 목소리도
때아닌 가을비가 쏟아진 22일 오후의 인천 강화풍물시장, 5일장이 서는 만큼 장을 보러 온 인파가 시장의 상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날씨는 궂었지만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강화풍물시장이 뒤집어진건 오후 3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량에서 내리면서였다. 한 대표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강화군민들이 한꺼번에 소리를 내질렀기 때문이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빈손 회동으로 한껏 어두울 것으로 예상했던 한 대표가 밝은 표정으로 등장하자, 강화군민들의 목청도 더 커졌다. 한 대표는 10·16 재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박용철 신임 강화군수의 손을 잡고 풍물시장 상가 1층으로 진입했다.
비가 내려 눅눅해진 대기로 가득찬 강화풍물시장 1층에 결집한 인원은 200여 명.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한 대표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1층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을 모두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한 곳, 한 곳을 모두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 대표의 입에서는 "박용철 군수가 잘할 것이다" "우리가 더 잘하겠다"는 등의 인사가 흘러나왔다. 상인들은 지난달 28일 선거운동을 위해 강화풍물시장을 찾은 한 대표의 모습을 기억하며 대부분 반갑게 그를 맞아줬다. 한 대표는 현금을 꺼내 젓갈을 구매하거나 참기름을 구매하면서 상인들과 웃음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전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이 사실상 '빈손'에 그쳤을 뿐 아니라 오히려 두 사람 간의 갈등을 더 벌리는 결과를 만들어낸 탓에 한 대표를 채근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야권 성향 유튜버는 김건희 여사에게 쏟아진 의혹인 '경력세탁·주가조작·학력위조, 대놓고 뇌물'이라는 글자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종일관 한 대표의 이름을 부르며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한 대표를 향해 "제3자 (채상병) 특검 언제 발의하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에 한때 군민들과 상인들이 야권 성향 유튜버에게 "조용히 하라"고 맞받아 소리를 치다 고성이 오가는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줌 야권 성향 유튜버를 제외한 군민들은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상가 내 야채가게에서 한 대표를 만난 중년 남성은 한 대표의 손을 잡고 "아시죠? 힘내셔야 돼요"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다른 지지자들은 "한동훈 파이팅"이나 "대표님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붉은 코트를 입은 한 여성은 '한동훈 대표님 강화와 보수는 당당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그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를 구경하던 시장 내 강화군민의 민심도 비슷했다. 한 대표를 향해서는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최근 정부·여당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는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날 강화풍물시장에서 만난 강화군에 거주한다는 김모(50대·남)씨는 "김건희 (여사)만 아니면 나라가 다 조용할 것 같다"며 "원래 감방(교도소) 갈 건 이재명(민주당 대표)이어야 하는데 김 여사로 싸우면 어떡하느냐. 빨리 (김 여사를) 정리하고 이재명이를 잡아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강화군에 거주하는 양모(40대·여)씨는 "정치는 잘 모른다. 장보러 왔다가 한동훈 대표가 왔다고 해서 신기해서 본 것"이라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김건희 여사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잘못을 했다면 자중하는게 좋지 않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대표도 민심 이반의 주요인인 김 여사 문제를 전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이 빈손으로 끝났다고 해서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이날 시장 순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의 이름을 참 좋아한다. 우리는 국민의 힘이 되겠다. 국민께 힘이 되겠다"며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한 대표는 이날 강화풍물시장을 찾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 선거에서 발언한 것들을 지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강화군민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가 강화군민들 삶을 책임지겠다, 증진하겠다 약속했는데 내가 그 약속 지키겠다는 보증을 하기 위해 다시 왔다"며 "지난 선거에서 우리를 선택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우리를 선택하지 않은 분들의 마음도 기억하고 담아서 제대로 존경을 하겠다"고 외쳤다.
박용철 신임 강화군수도 "한 대표께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화에 왔다"며 "내 선거 공약이 통합과 소통이다. 하나로 모으고 한 목소리로 듣고 강화의 발전을 국민들의 목소리로 시작하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