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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걷다가 교통사고 난 부부…"보행자 안전의무 안 지켜 패소 타당" [디케의 눈물 323]


입력 2024.11.02 05:21 수정 2024.11.02 17:13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보험사, 채무부존재 소송 제기해 대법서 승소…"운전자, 피고 위험 초래했다고 보기 어려워"

법조계 "항소심 및 대법, 판결 지극히 타당…뒤로 걸으며 차량 주시하지 않은 건 중대한 과실"

"1심, 형식적으로 접근해 법조인도 납득 못 할 결론 내…안 뒤집혔다면 악용 사례 나왔을 것"

"보행자에 도로 이용 책임 있음을 명확히 한 판결…고의적인 보험사기시도 억제 효과 있을 것"

ⓒ유튜브 캡처

횡단보도를 뒷걸음으로 건너려다 차와 부딪힌 부부가 차주 보험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진행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법조계에선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에게 안전 의무가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뒤로 걸어가며 차량의 진행 방향을 주시하지 않은 것은 보행자의 중대한 과실로 봐야 한다며 타당한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보행자에게도 도로 이용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고의적인 보험사기 시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일 유튜브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3월 21일 오후 4시께 서울 양천구의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차량을 주행하던 중 접촉사고를 냈다. 당시 사고 영상을 보면 차량 오른쪽 보도에서 남녀가 나란히 뒤로 걷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들은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지나면서도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었고 A씨 차에 부딪혔다. 이들은 사고 이후 병원비를 요구했고, 결국 차주 보험사는 이들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도로교통법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앞을 보고 가야 한다고 명시된 부분이 없다. 그 때문에 운전자에게 책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운전자가 과실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 간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가 피해자들에게 각각 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은 "운전자가 횡단보도 진입 당시 피고들(부부)을 봤지만 뒷걸음을 해 차 쪽으로 올 것을 인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또 피고들이 뒷걸음으로 횡단보도를 지나야 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운전자가 피고들 통행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이 뒤집히자 부부 측에서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부부는 양측 소송 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채희상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도로교통법상 보행자에게 안전의무가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뒤로 걸어가며 차량의 진행 방향을 주시하지 않은 것은 보행자의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된다"며 "운전자에게 전방주시 의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뒤로 걸어오는 보행자를 예상하기는 어렵기에 법원도 이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다. 또한 피고들이 꼭 횡단보도를 지나야 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 있던 것도 아닌 만큼, 운전자가 피고들 통행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보행자에게도 도로 이용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운전자의 예견가능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과도한 주의의무 부과를 경계해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합리적 범위로 제한했다"며 "더불어 사고 상황의 특수성, 당사자들의 행위, 예견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고의적인 보험사기 시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1심 재판부는 너무 형식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법조인도 납득 안 되는 결론이 나온 것"이라며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앞을 안 보고 뒤로 걸어갔고, 그걸 예측할 수 없는 운전자가 부딪친 것이므로 그 책임은 보행자에게 지우는 것이 마땅하다. 피고들이 고의로 부딪친 것이 아니므로 보험사기까지는 아니지만, 사고를 자초하고도 책임을 운전자에게 돌리는 행태는 너무 괘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뒤로 걷기 운동을 하다가 다쳐 놓고 그 책임을 운전자에게 지운다면 어느 누가 마음 놓고 운전할 수 있겠나. 만약, 2심·대법원에서도 1심 판결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면 악용하는 사람이 나왔을 것"이라며 "2심과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아줬고 보행자에게도 무한한 보호가 아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바람직한 판례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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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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