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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넘어선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4.11.05 07:00 수정 2024.11.05 07:00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야권발 '조기 대선' '정권 이양' 고개드는 가운데

정국 혼란 화살 "尹·여당 대표 권력다툼"으로

금투세 폐지엔…진성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李 사법리스크 두곤 김우영 "법관님들께 사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사용되던 용어로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뜬금없이' 공중에서 '신'이 내려오는 것을 말한다. 신은 기중기와 같은 기계 장치에 매달려 아주 적합한 타이밍에 무대에 등장하고, 언뜻 보면 가망이 없어 보이던 상황도 일거에 정리한다.


세월이 무수히 흐른 뒤인 2024년이지만, 이 같은 '기계장치의 신'은 다시금 소환 채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전에 특정 진영의 '아버지'로도 추앙받았는데, 이제는 기계 장치에 매달리는 수순인 '조기 대선'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최근의 정국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을 조준한 탄핵 빌드업용 장외집회와 임기단축 요구 목소리 등이 뒤섞이며 혼란의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민주당에선 '카더라'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의 계엄 준비설이 더 이상 힘을 받지 못하자, 마치 현 정부가 존속할 경우 전쟁이 꼭 일어날 거 같은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음도 덤이다.


민생은 뒷전인 채 말그대로 정쟁으로 나라는 초토화되고 있는 것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를 "대통령과 (여)당대표의 무한 권력다툼"의 탓으로 돌려버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절망을 벗어나 '사라진 꿈'을 되찾자. 과거로의 퇴행을 멈추고 미래로 가는 길을 다시 열어젖히자"면서, 미래권력을 자임하는 메시지들을 쏟아내는 모습까지 보였다.


경제와 안보의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는"끊어진 소통 창구를 다시 열고 남북 대화에 나서라" "경제회생을 위한 정부의 재정 역할을 늘려라"라는 메시지도 지속했다. 이 역시 대권만 잡으면 모든 민생 문제는 해결이 되며,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만병통치약처럼 들리기도 한다. 경기 부양책으로 제시한 햇빛 ·바람 농사를 통한 '에너지 고속도로'와 이재명표 대표 사업으로 꼽히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에 대한 '낙관론'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당 내에선 차기 대선 준비 기구인 집권플랜본부가 가동을 시작했고, 또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승리를 의식하듯 중도 견인책으로 금융투자세(금투세) 폐지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금투세' 시행론자로 개미투자자들과 갈등을 빚었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태도를 돌연 바꿨다. 진 의장이 바로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상황도 연출됐다.


지난달부터 야권 일각에서는 임기 단축에 따른 이른바 '스무스한' 정권 이양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보수 정당의 탄핵 트라우마'의 거론과 함께 "국민의힘은 '대통령 임기단축 후 이양'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빈번하게' 들려오기도 한다.


급기야 이 대표는 장외에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까지 꺼내들어, 이 대표가 한 이 말의 의미를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근 정치권에선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등장 직전 상황들을 목도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들이 연속되고 있다.


다만 국정 난맥상들만 펼쳐져 있지, 아직도 극의 결말은 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정작 민주당의 앞에는 사법리스크 분수령이 존재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이 대표의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 출마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극을 마무리 지으려면 빨리 대선 시점을 당겨야 하는 것이 이 때문일 것이다.


최근 "법관 출신 주제에"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김우영 의원은 법관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직 사퇴의 변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도 사과·사퇴 시점이 공교롭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가지 궁금한 대목도 있다. 최근 민주당 장외집회의 또 다른 수식어는 '장외 방탄 집회'이기도 하다. 물론 여권발 수식어이긴 하지만, 지금의 정국 혼란에 대한 '책임'의 화살은 민주당의 주장대로 특정 진영에게만 돌릴 수 있는 것일까. 이를 둘러싼 의구심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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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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