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애매한 '한 총리 체제' 국정 운영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전까지 한 총리 중심으로 여당과 협의해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다는 야당 반발에 진퇴양난을 겪고 있다.
9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한 총리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법안 등을 심의·의결한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언·해제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무회의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매주 월요일마다 만나왔던 주례회동은 이날 취소됐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계엄~탄핵 사태'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각 부처를 향해 국정 운영 공백 최소화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 총리는 세 차례에 걸쳐 기자단을 통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전날 한동훈 대표와 담화문에서도 현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한 총리는 여느 때처럼 업무 일정도 수행했다. 이날 오후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사랑의 열매'를 전달받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을 기부했다.
오전에는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항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와 관련해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하라"고 각 부처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실이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은 가운데, 총리가 윤 대통령의 공백을 메우는 모습이다.
다만 한 총리가 메울 수 있는 공백은 여기까지다. 민생 안정을 위해 각 부처를 통솔하고 관련 지시를 내릴 수는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한동훈 대표가 주장하는 '대통령 직무대행'을 총리가 수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당장 10일 열릴 국무회의 소집을 놓고도 부의장인 한 총리에게 소집권이 있는지를 놓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전날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도 소집 권한 논란을 의식한 듯, 당초 '임시국무회의'에서 전환된 것이다. 당시 총리실은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이 아닌 현 상황에 대한 수습방안을 놓고 국무위원 간 논의기 때문에 회의가 변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사실상 직무정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서 통과되지 않음으로써, 현재 헌법상 윤 대통령은 궐위·사고 상태가 아니기에 대통령으로서의 법적 권한은 모두 가지고 있다.
이에 인사권·외교권·군 통수권 등 국정 운영에 필요한 핵심 권한도 한 총리가 행사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 총리 또한 국정 운영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전날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당정의 국정운영은) 헌법 테두리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다만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에는 인사·외교·군사 등 모든 권한이 포함된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당장 함께 국정 운영을 해 나가기로 한 한 총리와 한 대표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온 만큼, 윤 대통령의 궐위나 사고가 확정될 때까지는 이 같은 혼돈과 불확실성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검찰·경찰·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들이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경쟁적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 수사망을 펼쳐오고 있는 만큼, 대통령 유고 상황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충암고가 무슨 죄?..."인성교육 제대로 안 했다" 욕설전화 폭주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모교인 충암고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우려해 경찰에 순찰 강화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충암고는 이번 사태에 대한 비난이 엉뚱하게 학교로 향하자 등하교 시간 순찰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최근 경찰에 보냈다. 충암고는 윤 대통령(8회 졸업생)과 김 전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비상계엄 사태 주동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모교다.
이 때문에 재학생과 교직원들에게도 불똥이 튀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스쿨버스 운행이 방해받는가 하면 행정실과 교무실 등으로 욕설이 섞인 항의전화도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피해를 우려해 지난 6일부터 학생들이 내년 2월까지 교복을 입지 않도록 하는 자율복장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충암고 관계자는 "주말 사이에도 100통이 넘는 부재중 전화가 왔다"며 "막무가내로 전화해 ‘인성 교육을 제대로 안 해서 이런 사람을 배출했다’며 쌍욕까지 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입도 걸려 있어서 전화를 걸러 받을 수가 없는데 받자마자 욕설을 하니까 멍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학교 앞도 안전하지 않다고 들었다"면서 "학생과 교직원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이들의 안전을 위해 자제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충암고 학생들이 겪는 이런 상황은 국회 증언을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이윤찬 충암고 교장은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최근 학교 상황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질문에 "(학생들이) 거리를 다니면서 인근 학교 친구들로부터 많이 놀림을 받고 특히 식당이든 거리든 어른들이 조롱 투의 말을 하니까 많이 부끄러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충암고 학생회에서 계엄 관련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3년여 전인 2021년 9월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 후보 시절 충암고에 방문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윤 후보 측 관계자로부터 이틀 뒤 방문한다고 거의 통보에 가까운 (말을 들었다)"며 "코로나19 상황이고 선거법도 있어서 함부로 오지 말라고 했다"며 "(제가) 인원을 최소화해서 20명으로 제한했지만 150명이 넘는 인원이 학교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무한 계약갱신청구' 임대차보호법, 시장 뭇매에 결국 철회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무한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결국 백지화됐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이날 철회됐다.
윤 의원은 최근 임대차계약 갱신청구권을 무제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재 2회로 한정된 계약갱신청구권을 임차인이 제한없이 쓸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이와 함께 적정임대료 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적정 임대료를 고시하도록 했다.
임차보증금, 선순위담보권, 국세·지방세 체납액 등을 더한 금액이 주택가격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윤 의원은 이를 통해 임차인 주거 안정을 강화하겠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으나, 시장 반발은 거세졌다. 전세 매물 감소와 임대료 급등, 월세화 가속 등으로 외려 임차인 주거 불안을 가중시킨단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면서 공동 발의한 10명의 야당 의원들 가운데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명이 법안 동의 서명을 철회했다.
법안에 동의한 의원 가운데 과반이 동의 의사를 철회하면 발의 법안은 자동 철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