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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공존하는 것”…평창 어름치마을에서 생태가치를 배우다 [이생관]


입력 2025.01.22 11:01 수정 2025.01.22 11:01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동강이 주는 ‘생태관광’의 소중함 강조

2013년 생태관광지 지정…꾸준한 자연보존 눈길

백룡동굴 등 볼거리 풍성…생태체험 롤모델로 우뚝


어름치마을 상류에는 동강 레프팅이 시작하는 곳이다. 굽이 흐르는 동강을 따라 레프팅 등 다양한 생태관광을 즐기려면 하루가 너무 짧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이달의 생태관광지(이생관)는 환경부에서 자연환경의 특별함을 직접 체험해 자연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2024년 3월부터 매달 한 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전국 생태관광 지역 중 해당 월에 맞는 특색 있는 자연환경을 갖추고, 지역 관광자원 연계 및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한다. 데일리안은 전국에 있는 생태자원 현장을 직접 찾아가 생태적 가치와 보존, 그리고 관광이 공존하는 ‘이달의 생태관광’을 직접 조명하고자 이 시리즈를 준비했다. 초보여행자, 가족여행자 눈높이에서 바라본 현장감 있는 시리즈로 풀어 나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난이도 = 초등학생 이상이면 곳곳에 체험할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최근 어름치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족단위로 바뀌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접근성 = 평창보다는 영월쪽에 가깝다. 어름치마을 주변으로 도로도 잘 정비돼 있어 접근성은 수월하다. 다만 동강이 청정 지역이다보니 어느 정도 국도를 타야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마을에 작은 매점이 있으나 미탄초등학교 부근 마트에서 미리 장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볼거리 = 겨울보다는 봄・여름을 추천한다. 천연기념물 백룡동굴도 있고 플라이낚시 체험도 가능하다. 5월부터 시작하는 동강 래프팅은 어름치마을의 핵심 콘텐츠다. 인근에 송어양식장도 많으니 미식가들은 꼭 들러보자.


평창군 미탄면에 자리잡은 ‘어름치마을’의 겨울은 사색에 젖어들기 좋다. 적막함보다는 고요함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나만의 시간을 오로지 즐길 수 있다.


흔히 동강을 떠올리면 ‘레프팅’이 가장 먼저 생각날텐데, 어름치마을은 레프팅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자연과 공존하는 어름치마을의 철학은 더 많은 이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하면서 그 가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최영석 어름치마을 사무국장은 “자연은 무조건 보존하고 막는게 아니고 경험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 가치를 알 수 있다”며 “동굴탐험, 레프팅, 트레킹 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이 아니다. 자연과 생태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름치마을 주민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눈 내린 어름치마을도 운치가 좋다. 동강 하류의 큰 마을 잔디광장에는 어름치마을을 알리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동강 12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진정한 ‘생태관광’이란 이런 것


어름치마을은 동강을 따라 조성된 마을이다. 약 40개 가구가 자연을 보존하고 전파하겠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어름치마을은 지난 2002년 8월에 지정된 동강유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내에 터전을 잡았다.


이 일대는 동강, 기화천, 백운산 등 원시자연 경관이 잘 유지돼 있다. 특히 백운산, 칠족령, 황새여울, 백룡동굴 등 ‘동강 12경’ 중 일부를 마을에서 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고유 어종인 천연기념물 259호 어름치를 비롯해 특산식물인 동강할미꽃 등 깨끗한 자연상태에서만 살 수 있는 희귀종들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환경부에서는 이런 자연 생태적 가치를 인정해 지난 2013년 12월에 어름치마을을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했다. 당시 10개 지역을 처음으로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했는데, 어름치마을도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최 사무국장은 “1997년 동강레프팅이 마을의 시작이다. 이곳은 완전 오지였다. 2009년부터 마을공동체를 운영했다. 마을 주민등록상 55가구이고, 실제 40가구 정도가 살고 있다. 가구의 절반이 어름치마을 원주민”이라며 “생태관광지는 2013년에 지정됐다. 생태관광지가 도입되고 가장 오래된 곳이 바로 어름치마을”이라고 강조했다.


어름치마을의 묘미는 플라이낚시에 있다.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어 매력적인 친환경 낚시다. ⓒ어름치마을 제공

어름치마을은 뭐니뭐니해도 ‘체험’이다. 동강의 맑은 물과 수려한 자연경관 속에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과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로 꼽히는 이유다.


어름치마을에서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하천인 동강을 활용한 래프팅, 카약, 낚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래프팅은 급류를 타며 동강의 웅장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어 스릴을 찾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또 조용한 물살에서 카약을 타고 주변 경관을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플라이낚시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인공 미끼인 플라이(fly)를 사용해 물고기를 낚는 낚시 방법이다. 주로 송어, 연어, 베스 같은 어종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인 루어낚시나 민물낚시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플라이낚시는 스포츠성과 자연 친화적 요소가 강하다.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어름치마을에 딱 맞는 레저 프로그램이다.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어름치마을에서는 플라이낚시에 필요한 인공 미끼 제작(플라이 타잉) 체험도 가능하다.


▶︎천연기념물 백룡동굴과 ‘트레킹 성지’ 칠족령


어름치마을은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큰 마을은 동강하류에 있다. 플라이낚시, 마을 내 체험, 숙박 등이 큰 마을에서 이뤄진다. 상류에 있는 마을은 레프팅과 백룡동굴 탐사가 가능하다.


어름치 마을 내에 위치한 ‘백룡동굴’은 천연기념물 260호로 지정돼 있을 만큼 동굴 내부경관과 학술적, 고고학적 가치가 우수하다.


백룡동굴 탐사는 조명이 없는 동굴 내부를 직접 탐험하는 생태학습형 탐험이다. 왕복 1.5㎞ 구간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종유관, 종유석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과 박쥐 등 56종의 동굴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1일 240명(1회 당 20명)으로 관람 인원을 제한해 백룡동굴을 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동굴 내부에는 인공 조명이 설치돼 있지 않다. 관광객들은 헬멧과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직접 탐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동굴 내부는 폭이 좁은 곳, 넓은 광장처럼 펼쳐진 공간, 물이 흐르는 지하 하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자연그대로를 탐험 할 수 있는 백룡동굴은 어름치마을의 또 다른 명소로 꼽힌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일반적으로 보행로가 설치된 동굴과 다르게 탐사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천연기념물이다보니 사전 예약은 필수다.


내부는 미끄러운 구간이 많아 편한 운동화와 긴 소매 옷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초등학생 이상부터 탐험이 가능하며, 폐쇄된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최 사무국장은 “백룡동굴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생태 교육의 장”이라며 “ 강원도 평창의 깨끗한 자연 속에서 특별한 탐험을 원한다면 어름치마을의 백룡동굴에서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레킹을 좋아한다면 칠족령(七足嶺)이 제격이다. 칠족령은 백두대간의 일부다. 옛날 보수상들이 넘나들던 고갯길 중 하나다. 본류는 경북 문경시에 있는데 어름치마을에서 올라가는 코스도 있다. 트레킹 시간은 난이도에 따라 다르다. 초보자코스는 2시간 안쪽으로 다녀올 수 있다.


칠족령 트레킹의 매력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전통길을 걷는다는 역사적 가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백두대간의 멋진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체력에 맞게 코스 선택이 가능하다는 것도 칠족령 트레킹 매력 중 하나다. 산세가 완만하고 조용한 숲길이 많아 여유로운 산행이 가능한 힐링 코스다.


▶︎“높아진 국민 의식…사업 확장보다 안정이 중요”


최영석 사무국장(42)은 이곳 미탄면 출신 토박이다. 어름치마을 사무국장으로 뛰어다닌지 벌써 14년째다. 그동안 이장도 5번이나 바뀌었다. 어름치마을이 지금까지 청정지역에서 청정마을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마을 법인을 통해 숙박, 체험 등에서 얻은 수익을 배당해주는 구조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을이 조성된 후 위기도 수 없이 겪었다.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발길이 뚝 끊겼다. 생태관광지로 지정된지 몇 개월 되지 않았던 시점이다. 마을은 순식간에 찬바람을 맞게 됐다.


회복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단체객을 중심으로 안정세를 되찾았다. 하지만 2019년 불어닥친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세월호보다 더한 악재였다. 어름치마을 체험 특성상 다수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모두 마비됐다.


어름치마을은 미래세대를 생각하며 자연과 공존하고 있다. 앞으로 생태관광 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진솔한 마음도 담겨 있다. 생태관광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최 사무국장은 “코로나가 창궐한 3년은 어떻게 버텼는지 모를정도로 막막했다. 우리 마을의 프로그램이 적게는 4~6명, 많게는 10명 이상이 참여한다. 숙박 시설도 제대로 가동이 안된 탓에 수익 구조가 망가졌다”며 “그럼에도 마을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지금도 어름치마을의 자랑이라면 청년층이 많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어름치마을 뿐만 아니라 생태관광 등 전체적인 시스템 개선에 대한 조언도 했다. 자연 보전과 가치에 대한 국민 인식은 높아지는데 행정력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최 사무국장은 “예전에는 다다익선이었다면 생태관광으로 전환되면서 적게 오더라도 제대로 경험하는 것을 선호한다. 지금이 관광 산업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최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고 있다. 부모들도 지속가능한 것을 어떻게 미래세대에 넘겨주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 생태관광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우리 마을도 10년 정도 지나면서 정착하는 것 같다. 놀고 먹는 대중관광에서 생태관광처럼 대안관광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예산은 그대로다. 지자체와 정부가 생태관광에 더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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