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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후보인양 본회의장 섰지만…친명·비명 아웅다웅 오늘도


입력 2025.02.11 05:30 수정 2025.02.11 05:30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통합 의미, 계파 간 '동상이몽'

외연 확장 vs 이재명 중심 일치단결

李, 연일 20대 대선 패배 요인

'文정권 책임' 돌리는 발언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대표가 이미 대선후보인양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서서 '통합'을 언급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만, 통합이란 단어에도 오히려 친명·비명의 아웅다웅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여준 이재명 대표의 후보는 야당 당대표라기보다 민주당의 '유일무이'한 대선후보가 된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가 연설에 나서지만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직접 나섰다. 과거 안철수 의원도 2017년 조기 대선을 앞뒀던 2월 6일, 대선후보로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대국민 메시지로 활용하기 위해 당시 주승용 원내대표를 제치고 자신이 연설자로 나섰던 적이 있는데 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이날 이 대표는 민생·경제회복을 위한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촉구했다. 또 민주적 공화국 시스템 마련을 위한 첫 조치라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언급하는 등 대권주자로서 행보를 여과없이 펼쳤다. 특히 "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인 '국민통합'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발언했다.


전날까지도 친문(친문재인) 유력 인사들이 이재명 지도부를 향해 '포용'을 요구하는 쓴소리를 하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얼마 앞두지 않고는 비명계 원외 모임 초일회 간사인 양기대 전 의원이 "오직 한 사람만에 의존해 정권교체만 외치는 정치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급기야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등판해 '계파 통합론'에 힘을 더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보도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민주당이 이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민주당이 좀 더 포용하고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확장된 이후에 확장된 힘을 하나로 모으는 그런 단합이 마지막 단계로 이루어져야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목소리를 높이는 야당 의원들을 비판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중단의 손짓을 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통합 요구가 계속될수록 오히려 당내 분열은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통합'을 언급하자 비명계 인사들이 포용 공세에 더욱 열을 올리는 등 이 대표를 압박하고, 동시에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 비명계를 보는 불편한 기색이 감지되고 있다.


이 대표의 연설 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가장 큰 책임을 말씀하신 문재인 대통령의 고백에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마음이 아팠다. 포용과 확장을 강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절박함이 전해진다"며 "민주당의 포용과 확장이야말로 정권교체를 넘어서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공존의 공화국을 만들어갈 동지를 확인하게 돼 반갑다"며 "정치의 사명인 국민통합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적었다.


또 다른 '新(신)3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있기 전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우리가 세번(김대중·노무현 ·문재인) 의 민주정부를 운영해 왔던 과정을 보면 국정을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폭넓게 국정을 안정시켜 나갈 수 있는 연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포용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곧 포용을 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면서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대선을 통해 '민주당을 살리자'는 여론은 이재명 대표를 통한 집권을 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즉 비명계가 규정하는 통합과 당 내부에서의 정의 내리고 있는 통합의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통합은 외연확장이라기보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뭉치는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이날 김병주 최고위원은 JTBC '장르만 여의도'에서 "민주당에서 80~90%가 다 친명이다. 왜냐하면 지난번에 당대표 선거 될 때도 85% 내외(당대표 지지율로 연임이)이 됐다"며 "이 대표는 진짜 훌륭한 리더"라고 했다.


'이 대표를 바라볼 때의 스펙트럼은 좁은 편이 아닌가'란 진행자의 질문에는 "아니다. 스펙트럼이 넓다"며 "왜냐하면 이 대표의 리더십이 뛰어나서, 아마 우리 대한민국 역사상 이 정도의 지지를 받는 (당의) 대표는 없었다. 당이 분열된 것보다는 지금가 같은 위기상황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급기야 "그다음에 외연 확대는 정책이나 이런 걸로 하는 것이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전날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금은 내란수괴 윤석열 형사처벌과 헌재의 탄핵 인용을 위해 힘을 합쳐 투쟁하자"며 "총구를 앞으로 향해서, 옆으로 총질하면 안된다는 한 목소리"라고 적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본인조차 '통합'과 관련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통합'과 함께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살을 에는 추위를 견디며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를 몰아냈지만 권력의 색깔만 바뀌었을 뿐 내 삶이나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한 지난 20대 대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임 문재인정권으로 돌리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정책 소통 플랫폼 '모두의 질문 Q' 출범식에서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이미 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촛불혁명 때 국민들이 한겨울에 아이들 손잡고 힘겹게 싸워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는데 결과가 뭐냐. (국민들이) 그 후에 '나의 삶은 뭐가 바뀌었고 이 사회는 얼마나 변했나' 그 생각을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좋아진 게 없다.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색깔만 바뀌었지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내 삶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의결이 되는 날 이 점을 사과드렸지 않느냐"라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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