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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가는 길 ⑬] '조용한 돌풍' 준비하는 김기현…'인지도 높이기' 관건


입력 2025.03.03 06:00 수정 2025.03.03 10:2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尹 탄핵 반대' 기수…지속 노출효과 '눈덩이'

정치·행정 경륜 풍부, 대권 잠룡 "자격 충분"

과거 '3·8 전대 승리' 사례에 주목도 높아져

'낮은 인지도'는 대권가도 풀어가야 할 숙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들어 미디어에서 가장 잘 보이는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1월 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처음으로 집행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로 찾아왔을 때, 카메라 앞에 서서 "불법적인 수사 주체, 또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조항에 위반된 압수수색 영장은 당연 무효로 이것을 저지할 권리가 모든 국민에게 있다"며 당시 관저 앞에 모인 30여명을 대표해 발언을 꺼낸 것이 바로 김 의원이었다.


같은 달 15일 새벽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당일에도 "공수처와 국수본은 법과 원칙에 입각해 공권력을 적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외친 것도 김 의원이었다. 또 지난달 1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당이 자유수호 주권 회복 의식과 운동을 진정성있게 뒷받침해주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않겠느냐"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국민 앞에서 전달한 것 역시 김 의원이었다.


이달 1일 여의도에서 열린 보수성향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의 3·1절 탄핵반대집회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윤 대통령이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고 외친 것도 김 의원이었다. 이외에도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직접 최후변론을 하던 지난달 25일에도 헌법재판소를 직접 찾거나, 심판 과정에서 불공정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비판의 메시지를 내왔다.


이 같은 김 의원의 행보가 하수상한 시대와 맞물리며 그를 대권 잠룡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18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국민의힘 지지자와 무당층을 대상으로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물어본 결과, 김 의원은 1.5%의 지지율을 받으며 차기 대권주자로 데뷔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대권주자 여론조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만큼 아직 이름값에 걸맞는 지지율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단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거 김 의원이 보여줬던 '조용한 돌풍'의 사례를 고려하면 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단 분석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3년 3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데일리안DB

김 의원이 보여줬던 조용한 돌풍은 지난 2023년 국민의힘의 새 지도부를 선출했던 3·8 전당대회에서 확인할수 있다. 전당대회 출마설이 돌던 2022년 10월께만 해도 김 의원의 당대표 지지율은 2~4%에 불과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선 김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김 의원은 꾸준히 당내 의원들을 결집하고, 대외적인 활동폭을 넓히면서 지지율 약세를 뒤집기 시작했다. 그 결과 김 의원은 불가능할 것이란 세간의 평가를 딛고 52.9%란 지지율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당내에선 이런 '기적의 레이스' 사례와 과거부터 쌓아온 정치적 경륜을 고려하면 김 의원이 대권에 도전할 자격은 충분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의원은 재선 의원 시절이던 지난 18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간사를 역임했고, 잠시나마 국토해양위원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3선이던 19대 국회에선 새누리당의 원내수석부대표·정책위의장 등을 경험했다. 이어 2014년 지방선거에 울산광역시장으로 출마해 64.5%의 득표율로 당선된 후 70%가 넘는 직무평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21대 국회에 돌아와 당의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20대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2023년 3·8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며 당대표에 등극하기까지 했다. 각 선수별로 역임할 수 있는 모든 당직을 경험했고 광역자치단체장에 원내대표와 당대표에까지 올랐으니, 정치·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본 셈이다.


대외적인 행보뿐 아니라 일처리 능력이 탁월한 점 역시 김 의원의 평가를 드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김 의원의 능력을 엿볼수 있는 사례 중 하나는 그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 2021년 7월에 이뤄낸 '법제사법위원장 협상'이 대표적이다.


2020년 6월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관례를 깨고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은 물론 국회 내 모든 상임위원장을 가져가면서 국민의힘은 1년 넘게 상임위원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2021년 4월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 의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국회 정상화'를 기치로 걸고 당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3개월에 걸친 협상에 돌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DB

길고 긴 협상 끝에 김의원은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다시 가져오는 결과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기재위·과방위 등 7개 상임위원장을 가져오는데도 성공했다. 당시 협상에 나섰던 윤호중 원내대표가 차기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홍근 의원에게 "김기현과는 협상하지 말라"며 혀를 내둘렀다는 것은 유명한 뒷이야기다.


아울러 김 의원은 2021년 9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 했던 '언론중재법'을 필리버스터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저지하는 등 야당 원내대표로서 투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선 정국에 돌입해선 갈등을 빚던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울산 회동'을 만들면서 위기 수습에 일조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기현 의원은 그야말로 정치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다. 객관적으로도 이제 할 수 있는 건 대권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라며 "저번 전당대회에서 4%로 시작해 당선까지 이뤄내는 걸 모두 봤지 않느냐. 어떤 전략, 어떤 복안을 갖고 나오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눈부신 경력과 경험을 보유한 김 의원에게도 약점은 존재한다. 가장 큰 약점은 국민적인 인지도다. 정치가 일상인 여의도에서 김 의원은 뚜렷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전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대권주자로서 존재감과 인지도를 확보했느냐 하는 점에선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다.


아울러 여전히 친윤(친윤석열) 색채가 짙은 만큼 조기 대선이 현실화될 경우 중도층에게 호소할만한 정치적 확장성을 확보하고 있느냐라는 의문도 김 의원의 숙제 중 하나다. 김 의원은 과거에는 '미래연대' '새정치수요모임'에 몸담는 등 소장파·개혁파 색채가 강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이미지가 묻히고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의 강성 이미지만 남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내에서야 김 의원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없고 존경받을 정치인이지만, 이재명과 싸워 이길 수 있을 인지도를 갖고 있느냐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영남이라는 지역 기반과 분명한 친윤 색채를 뛰어넘기 위해선 전국민에게 통할만한 이야기를 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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