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투자 수요 위해 타깃데이트펀드(TDF)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만들어
미래에셋운용, 25일 신상품 출시…현재 5개사 운용 중
경쟁사와의 수익률 우위 위해 위험자산 지나치게 높여 경쟁 확대
국내자산운용사들이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는 퇴직연금 투자 수요를 차지하기 위해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만든 상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ETF 시장 과열 영향으로 지나치게 높은 위험자산 비중 및 보수 인하 경쟁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20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는 25일 S&P500지수를 기초로 한 ‘TIGER TDF2045 ETF’를 상장한다. 통상적으로 TDF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우량 기초지수를 추종함으로써 수수료는 낮추고 성과는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TDF는 'Target Date Fund'라는 이름 그대로 투자자가 은퇴 시점을 지정해 상품을 선택하면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 주는 상품이다. 자산을 축적해야 할 초기에는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중이 높고, 은퇴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인 채권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설계되는 식이다.
출시 초기 TDF는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최근 퇴직연금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TDF를 ETF로 출시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TDF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ETF의 간편하게 사고팔 수 있는 높은 환금성 등 장점을 결합한 상품이라는 것이다.
지난 2022년 삼성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에서 동시에 ‘KODEX TDF 액티브’, ‘한화PLUSTDF 액티브’ 등 ETF형 TDF를 출시했다. 현재 삼성자산운용·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키움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 등을 통해 15개 상품이 거래 중으로 총자산은 총자산은 3600억원 수준에 이른다.
문제는 퇴직연금의 안정적 수익 창출을 위해 설계된 TDF가 경쟁사와의 수익률 우위를 위해 위험자산을 지나치게 높이는 식으로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11일 TDF2030‧2050‧장기자산배분액티브의 3종 ETF를 출시했다. 이 중 장기자산배분액티브는 TDF의 이름이 붙지는 않지만 기존 TDF ETF들과 동일한 전략으로 은퇴 예상 시점을 2080년으로 설정해 주식과 금 등 초기 위험자산 비중을 99%까지 올린 상품이다. 설계 취지는 초장기 투자를 위한 상품이라는 설명이지만 고(高)위험 상품을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에서 퇴직연금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형사들이 연달아 TDF ETF 상품들을 내놓으면서 전략·포트폴리오 차별화보다는 보수 인하 경쟁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우려가 나온다.
TDF ETF를 운용 중인 5곳 중 총보수가 가장 낮은 곳은 KB자산운용이다. KB자산운용은 ‘0.01%’라는 저렴한 총보수를 책정해 장기 투자 상품으로서 장점을 최대한 끌어 올리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가 실제 부담하는 총 비용을 뜻하는 실부담비용률 또한 RISE TDF2030액티브의 경우 0.28%로 가장 저렴하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KODEX TDF2030액티브’의 실부담비용률이 0.33%를 기록하는 등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TDF ETF의 경우 위험자산 비중이 60%를 넘는 경우도 있어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시 장기투자 대신 단기 매수·매도에 매롤되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향후 TDF ETF 시장이 과열되면서 앞서 다른 ETF들과 같은 과도한 보수 경쟁이 재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