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접수 보름 만에 沈 총장 사건 수사3부 배당
李 검사 사건 동부지검 압색…유의미한 자료 확보
'즉시항고 포기=직권남용' 주장 설득력 얻을지 관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검찰총장 피고발건을 배당하는 등 검찰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이 먼저 오동운 공수처장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 수사 주도권을 두고 양측 간 쌓였던 갈등이 상호 수사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기자단에 보낸 공지에서 "윤 대통령 석방과 관련해 고발된 심 총장 사건이 수사3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야5당이 심 총장을 고발한지 보름 만에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더불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심 총장이 석방 지휘와 즉시항고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혐의가 있다고 보고 그를 지난 10일 공수처에 공동고발했다.
야당은 심 총장을 고발한 이후에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심 총장 자녀가 자격 요건이 미달됐음에도 외교부에 채용됐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심 총장 사건 배당과 관련된 취재진 질문에 "수사 검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경우에 따라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것도 있고, 하루 만에 되는 것도 있고 상황이 다른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이정섭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의 민간인 범죄경력 유출 혐의 수사에도 속도를 내는 등 검찰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심화하고 있다. 이 검사는 대검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서 수사와 무관한 민간인의 범죄경력을 조회해 처가 쪽에 무단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지난 6일 해당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아 이 검사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21일과 24일에는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와 서울동부지검을 각각 압수수색해 유의미한 자료들을 확보했다.
공수처는 이 검사 사건을 이번 주에 처분할 계획이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오는 29일 만료된다.
검찰이 공수처장을 수사 중인 가운데 공수처가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며 윤 대통령 체포·석방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현실화됐다. 여당은 이달 초 오 처장이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데도 불법체포·구금을 일삼았고 서부지법까지 영장 쇼핑을 다니며 대통령을 불법체포 감금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오 처장 등에 대한 고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지난달 28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 영장 청구 여부와 관련해 허위 답변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처장실 등 공수처 청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법조계는 향후 공수처가 검찰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에 나설 수는 있겠으나 심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가 '직권남용'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과 공수처가 서로 상대방을 향한 수사에 돌입한 상황 자체에 대해선 고발 주체를 고려할 때 정쟁적 성격이 강하단 지적도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국 검찰과 공수처가 서로의 수장을 수사하게 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사태의 심각성과 별개로 심 총장에 대한 혐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