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오늘 최고위 몇 찬 줄 아십니까? 백찬대요"
박찬대 농담으로, 지도부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2년 8월 28일 취임 이후 955일 만인 9일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 대표는 이번주 대선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돌입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00차 최고위원회의에서 "3년 간 당대표로서 나름 성과있게 재임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며 "이는 결국 우리 당원과 당직자, 최고위원들을 포함한 의원들, 지역위원장 분들이 고생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겪는 이 어려움도 국민께서 과거의 역경을 이겨낸 위대한 DNA를 발휘해서 빠른 시간 내에 이겨낼 것이라고 보고 저도 그 여정에 함께 하겠다"며 대표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이 대표는 '공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직이라고 하는 것이 일을 하자면 끝이 없고 안 하자면 표시도 안 나는 그런 영역의 일들"이라며 "국민은 선거 때가 되면 이 사람이 잘했나, 못했나를 판단해서 재신임을 결정하는 데 너무 기간도 길고 선거 때가 되면 개별 후보의 정확한 성과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들 입장에서는 사소한 민원이라 생각되는 것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목숨이 달린 일인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며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각 행정기관, 정치권에 전달되는 그 수 없이 많은 민초의 목소리, 국민의 목소리, 그 민원을 취급하는 공무원, 그 일을 맞닥뜨리는 정치권, 소위 정부 영역에서 별거 아닌 경우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관심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그러나 대한민국 공동체는 한 명 한 명 국민이 모여서 만들어 진 것으로 그 한 명 한 명의 목숨과 인권은 우주의 무게를 가진 것이라 작은 일들도 다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언급하면서는 "최근에 군사 쿠데타를 겪으면서 국민께서 의원들이 지역에 가면 전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왜 이제 나타나냐'라고 하다가 요새는 '할 일도 하고 고생도 많이 하고 밥값을 하네, 더 중요한 일을 해야지 왜 동네에 나타나냐'라고 하는 거 같다"며 "내가 보기에 실제로 공직자·의원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되돌아보면 지난해 총선이 끝나고 거의 매일이 비상사태였다"며 "생각해 보면 사실 무슨 소설 같은데, 휴일도 거의 없는 상태로 늘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권 도전을 시사하며 "이제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할 텐데 당대표를 사임하는 지금 아쉽거나 홀가분하거나 그런 느낌은 없다"며 "민주당은 저의 사생활을 제외한 삶의 대부분이었다. 당원께서 당과 저를 지켜주셨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번주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경선 준비를 위한 캠프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향후 당대표 권한대행은 박찬대 원내대표가 맡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가 100차였던 것을 농담 삼아 "대표님, 오늘이 최고위원회의 몇 차인 줄 아십니까? 백찬대요"라고 말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대표와 참석자들은 모두 크게 웃었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이 대표는 지도부와 함께 국회 본청에서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었다. 참석자들은 일제히 주먹을 쥐고 "민주당 화이팅! 이재명 화이팅!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외쳤다.
이후 박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이 대표를 배웅한 뒤, 박 원내대표의 "(당대표)권한대행과도 사진 찍지 않으시렵니까"라는 농담에 또다시 폭소했다. 이들은 함께 웃으며 국회 본청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