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대면 수요 높은 지역 대신
서울 지점 몸집 줄이기로 효율 높여
은행권의 영업점포 감소 흐름이 날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 늘어나면서 지방 위주로 줄었던 은행 점포가 이제는 영업 효율화를 위해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축소되는 모습이다.
23일 각 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국내 점포 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766개로 지난해 말보다 76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같은 기간 영업 점포를 28개, 우리은행은 25개 축소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4개, 1개의 점포를 신설했다.
5대 은행 뿐 아니라 국내 은행의 점포 수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실제 2018년 말 6771개였던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5792개로 줄었다. 단순 계산하면 1년에 150개가 넘는 점포가 없어지고 있단 얘기다.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고객이 늘어나며 예·적금 가입, 계좌이체, 송금 등 기본 업무는 물론,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의 상품도 비대면 전용으로 나오면서 지점의 역할이 작아져서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수도권 내 점포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단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은 은행들의 몸집 줄이기에 대해 지방의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전체 감축 규모 중 서울 내에서만 지점 20곳을 폐쇄했고, 우리은행은 13곳을 없앴다. 반면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방의 점포 수는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점포 줄이기는 필수적이라면서도, 지방의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순 고객 수에 따라 지방의 지점을 없애기 보다, 대면 업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의 점포를 통폐함함으로써 영업 비용을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업무가 어려운 고령층이 많은 지역 점포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대면 채널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은행 점포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3년 금융위원회는 점포 폐쇄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업점포 폐쇄를 결정하기에 앞서 대체 점포를 마련토록 했다. 점포 폐쇄 관련 경영공시도 연 1회에서 연 4회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도 관심사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개정안에 따르면 전국 2500여개의 우체국 영업접에서 은행 대리업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대선이 끝난 후 해당 안이 처리되면 은행 점포 통폐합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면 거래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모바일로는 할 수 없는 업무들이 있고, 고령층의 접근성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며 "이동 점포 등을 늘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