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과 끌림 사이…조보아, 섬세하게 완성한 ‘탄금’ [D:인터뷰]

실종됐다가 돌아온 동생을 의심하면서도 이끌리는 재이 역

“10년 전 ‘마의’ 이후 사극 피했는데… 매력과 힘 느껴”

‘사극’이라는 장르도 부담이었지만, ‘이복남매의 금지된 멜로’라는 아슬아슬한 설정을 납득시키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배우 조보아는 ‘섬세하게’ 감정을 쌓아나가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탄금’의 미스터리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를 배가했다.

조보아는 실종되었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재욱 분)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돌아오고, 이복누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 싹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그린 ‘탄금’에서 홍랑의 이복누이 재이를 연기했다.

ⓒ엑스와이지스튜디오

재이는 어린 시절 실종된 이복동생을 깊이 그리워하는 인물로, 낯선 모습으로 돌아온 홍랑을 의심하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홍랑을 의심하면서도 싹트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며 아슬아슬하고, 애틋한 분위기도 조성한다. 사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조보아는 ‘탄금’만의 분위기에 매료돼 ‘도전’을 선택했다.

“10년 전쯤 드라마 ‘마의’라는 작품을 하면서 사극이라는 장르는 도전을 더 조심스럽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후 계속 피해왔다. 그러다가 ‘이 연애는 불가항력’, ‘구미호전’을 통해 한복도 입어보고, ‘맛보기’로 사극을 만나면서 사극만의 매력과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부담이 있지만, 도전을 해보고자 했다.”

탄탄한 스토리의 힘을 믿고 캐릭터에 몰입하며 자연스럽게 사극에 대한 애정도 커졌다. 아름다운 전통 의상을 입고, 예쁜 명소들을 찾아다니면서 촬영 그 자체를 즐겼던 것. ‘다음에 또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생길 만큼 사극의 매력에 빠졌다.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이 매력을 전할 수 있어 만족감도 컸다.

“이 작품이 감사한 게 촬영을 하면서 즐거웠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공간들을 찾아다니고, 한복을 입고 연기를 하는 것도 좋았다. 집중도 더 깊게 할 수 있었고, 몰입의 힘도 느꼈다. 장거리 촬영이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그런 걸 다 잊을 정도로 슛 들어가면 재밌게 연기했다. 사극만의 재미, 맛을 볼 수 있었고, 또 다른 사극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승마에 수중촬영까지. 미스터리, 액션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과정에서 다소 난도 높은 장면들도 없지 않았다. 조보아 또한 “아무래도 힘든 순간이 많이 남는다”며 수중촬영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시청자들에게 명장면이 된 것은 물론, 조보아에게도 가장 힘들면서 즐거운 장면이 됐다.

ⓒ넷플릭스

“추운 날 물속에 들어가 수영을 해야 했었다. 그런데 스태프들이 제가 춥고 힘들까 봐 그랬던 건지 다들 장화와 옷을 챙겨 입고 물에 들어와서 촬영을 하셨다. 현장에서 분위기를 잘 형성해 주셨다. 같이 물놀이를 하는 것처럼 편하고, 즐겁게 했다. 고되고 힘든 촬영을 하면 서러울 때도 있는데, 그럴 수 있었던 장면을 재밌게 연기할 수 있게 해 주셨다.”

여기에 ‘탄금’은 재이와 홍랑, 두 사람의 아슬아슬한 관계까지 표현해야 했다. 의심하면서 빠져드는, 재이와 홍랑의 복잡한 내면을 시청자들에게 납득 가능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움과 죄책감이 뒤섞인 재이의 내면, 그리고 홍랑을 향한 변화하는 감정까지. 재이의 감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본질’에 집중하며 차근차근 표현을 해나갔다.

“과거엔 오누이의 절절한 우애를 표현하려고 집중했다면, 돌아온 홍랑에 대해선 의심하면서도, 연민하고 그러다가 생각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그려야 했다. 그렇게 넘어가는 감정을 그냥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의심과 경계 사이, 조금 풀렸던 장면이 문 하나를 두고 앉아서 ‘네가 진짜든 아니든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데 그때 ‘이 아이도 나만큼 아픔을 안고 사는구나’라는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복합장르였던 만큼, 그 과정이 더 버라이어티 한 ‘탄금’이었다. 조보아는 ‘탄금’의 ‘다채로운’ 매력을 강조하며 ‘탄탄함’을 자신했다.

“재이와 홍랑의 관계성으로 시작하지만, 가면 갈수록 기이하고 폭발적인 장면들이 연출된다. 저는 재이를 연기한 배우지만, 한평대군의 장면들도 인상 깊었다. 엄청 몰입을 하며 봤다. 초반 홍랑을 비롯한 아이들이 사라진 이유로 시작해 어떤 숨겨진 비밀이 있는지 궁금해하며 봐주신다면,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