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李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파기환송 이후 촉발
"대선 영향 미칠 수 있어"…뚜렷한 결론 내리지 못하고 종료
법조계 "법조대표회의, 본연 목적성 잃고 정상 작동 여부 의문"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재판 파기환송으로 촉발된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가 결국 빈손으로 종료됐다. 법관대표회의는 다음 달 3일에 예정된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선 이후 속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열린다 하더라도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회의적인 시선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관대표회의는 전날 오전 법관 대표 88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회의 시작 약 140분 만에 입장 표명을 대선 이후로 미루기로 하고 폐회했다.
전날 법관대표회의에는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와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내용은 안건 2건이 상정됐지만 표결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기에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례 없는 절차 진행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적 정당성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사법부 불신을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법관대표회의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을 천명하자' 등의 내용이 담긴 안건 5개가 현장에서 추가로 상정됐다.
하지만 참석한 법관 대표들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고 회의는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대선 전 입장을 내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법원 안팎의 우려가 있었고 법관 대표들도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일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재판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일부 판사들이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김주옥(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즉시 임시회의를 소집해 현 사태에 대해 진단하고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포함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법원 내부망에 적었다.
하지만 지난 8~9일 진행된 회의 소집을 위한 비공식 투표에서 법관 대표 70명이 회의 개최에 반대하면서 법관대표회의가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회의 개최 전 상정된 안건을 공지했을 때는 외부에 공개하는 보도자료 문구와 법관에게 배부하는 자료 문구가 서로 달라 물의를 빚기도 했다.
법관대표회의는 지난 21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의 변경이 민주국가의 핵심 요소인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한다'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법관 내부에 알렸다.
하지만 언론에 공지한 자료에서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이라는 문구가 삭제돼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문구가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사건 파기환송을 법원 내에서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는 세력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집 자체가 정치적으로 시작된만큼 결국 정치적 영향을 고려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난 법관대표회의가 대선 이후에 속행되더라도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부도 눈치 보고 있다는 것 말고는 무슨 해석을 할 여지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비해 최근 좌경화된 사법부 구성을 봤을 땐 법조대표회의가 본연의 목적성을 잃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 크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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