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거짓 사실 드러내 피해자 명예 훼손…동의 없이 개인정보 누설"
"고인 부정적 여론 시정하겠다는 명목에 특정인 명예 침해 허용 안 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를 받는 정철승(55) 변호사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이날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의 신원·사생활 비밀누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변호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거짓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고, 준강간 사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인 인사 정보를 알게 됐음에도 동의받지 않고 누설한 사안"이라며 "범행 동기와 내용·파급력에 비춰 죄질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적 인물인 고인에 대한 평가는 사후에도 계속될 수 있고 의견을 자유롭게 형성·표현할 수 있지만 고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시정하겠다는 명목 아래 특정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표현까지 허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사태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고 범행을 정당한 행위라 주장할 뿐 사죄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진행 경과를 언급하며 피해자 측을 비방·조롱하는 듯한 게시물을 게시했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정 변호사가 게시글을 올린 페이스북 계정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상태였다며 "피해자의 지방공무원 임명 시기, 시장 비서실 근무 시기, 진급 및 보직 이동 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서울시민 및 공무원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실명 등 인적 사항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동기에 관해 적은 부분에 대해서도 "다소 과장을 넘어 거짓 사실을 드러냈다"며 "사실상 피해자가 고인을 무고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2021년 8월께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긴 게시글을 여러 차례 페이스북에 올린 혐의로 2023년 6월 불구속기소 됐다.
게시글에는 피해자의 근무 부서·수행 업무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인적 사항과 '피해자가 성추행당했다는 주장에는 물증이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정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의 업무 수행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만 SNS를 통해 알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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