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체포·추방에 반발해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 병력이 투입된 가운데 이민자 단속 반대 대규모 시위는 사흘째를 맞아 한층 격화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시위대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자율주행차에 불을 질렀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 후추탄 등을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시위 진압용 비살상탄에 맞아 쓰러져 크게 다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대 수천명은 8일(현지시간) LA 시내 중심에 있는 구금센터와 시청 등 곳곳에서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총을 든 300명의 주방위군·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과 대치했다. 구금센터는 최근 체포된 불법 이민자 상당수가 수감돼 있는 곳이다.
시위대는 총과 진압용 방패를 든 채 열을 지은 주방위군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 “집으로 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때 LA의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점거했고, 일부는 오토바이를 타고 진압 저지선을 돌진해 진압 요원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가 돌멩이와 물병, 계란 등을 집어던졌고, 자율주행 자동차 ‘웨이모’에 대한 파손과 방화가 이어지는 등 시위는 갈수록 격화됐다.
LA경찰 당국은 101번 고속도로 남쪽 방면 차선을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밝혔다. 주방위군 300명이 포함된 진압 요원들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후추탄·고무탄 등을 발사하며 시위대의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가 진압 요원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펀지탄’에 맞았다. 그의 허벅지엔 폭 40㎜, 길이 60㎜의 물체가 박혔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를 시위진압에 사용하는 40㎜ 스펀지탄으로 추정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6일 LA 지역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이 서류를 갖추지 않은 불법 이주자를 급습해 체포하는 등 강압적 이민자 단속에 나서는 바람에 촉발됐다. 더욱이 LA 시내에서 남쪽으로 30㎞쯤 떨어진, 히스패닉들이 밀집한 패러마운트 등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고, 250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패러마운트에서 시위대와 이민 당국의 격렬한 충돌을 벌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했다. 해당 지역 주지사의 요청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진 방위군 투입 결정은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민권 시위대 보호를 위해 앨라배마주에 군대를 보낸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추가 대응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돈 받는 반란군”이란 글과 함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캐런 배스 LA시장은 LA 시민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위대를 향해선 “잊지 말라. 마스크 착용 금지하라”고 주장하며 “그들은 시위대가 아니라 반란을 일으키는 자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미 북부 사령부는 캘리포니아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 500명이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파견한 주방위군 2000명을 지원하기 위해 ‘배치 준비’ 상태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7일 현역 해병대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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