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앞두고 ‘숙박‧외식비’ 고공행진...“안 가거나 해외로 가거나”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7.04 07:23  수정 2025.07.04 07:23

숙소 부족·물가 상승에 ‘국내여행 포기’ 속출

“고등어 16% 상승”…휴가철 먹거리도 부담

“비슷한 돈이면 해외 간다”…보복소비 지속

“국내 관광 살리려면 지역과 정부 나서야”

경기 과천시 과천향교 인근 계곡을 찾은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뉴시스

7월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이어지며 여름휴가마저 ‘사치’가 됐다. 숙박 공급 감소와 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국내 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일부는 휴가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휴가마저 양극화되는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7∼8월 국내 여행 지출액은 7조1470억원으로 같은 해 5∼6월(5조9830억원)보다 19.4% 증가했다. 전년 대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2000억원 늘었다. 고물가 흐름으로 올해 휴가 비용은 한층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증하는 서울 호텔의 경우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어 본격 휴가 시즌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폐업이 늘어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의 여파로 신축 호텔 개발이 멈춰선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수는 6만708실로, 2021년(6만1483실)보다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 관광객 수가 약 97만명에서 1600만명으로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숙박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 숙박시설이 부족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영 악화로 인한 폐업 증가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의 관광숙박업 및 숙박업소 폐업은 2019년 26건에 불과했지만 2022년 68건으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 인허가 수는 77건에서 45건으로 40% 이상 감소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올해 7~8월 서울 지역 호텔과 숙박시설 가격은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라는 이중 압력으로 인해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중저가 숙소는 예약이 조기 마감될 수 있으므로, 이용 계획이 있다면 조기 예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외국인 관광 수요까지 겹쳐 가격 인상 압박이 크다”며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보상심리와 코로나 때 프리미엄 호텔에 머물며 서비스의 가치를 체감한 이들을 중심으로 서울 근교 5성급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고자 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황금연휴 첫날인 지난 5월 1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출국수속을 거치고 있다.ⓒ뉴시스

먹거리 상승에 대한 부담도 크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로 전년 동월 대비 2.2% 올랐다. 올해 1월부터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5월 1.9%로 다소 낮아졌다가 한 달 만에 다시 2%대로 반등했다.


특히 축산물(4.3%), 수산물(7.4%), 가공식품(4.6%), 외식(3.1%) 등 먹거리 가격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수산물 가격 상승폭은 2023년 11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농산물 가격은 전달에 비해 하락폭이 4.7%에서 1.8%로 줄었다.


6월에는 고등어(16.1%), 마늘(24.9%), 달걀(6.0%), 돼지고기(4.4%), 국산쇠고기(3.3%), 빵(6.4%), 김치(14.2%), 라면(6.9%), 찹쌀(33.0%) 등이 높은 가격 상승폭을 나타냈다. 달걀은 3년 5개월 만에, 라면은 1년 9개월 만에 가장 상승폭이 컸다.


지금처럼 주요 식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 여름철 휴가 시즌 물가 전반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휴가철에는 캠핑, 바비큐, 해수욕장 인근 식당 등에서 삼겹살 등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하는데, 공급보다 수요가 앞서면 가격 인상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여름 휴가를 포기하는 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컨설팅기업 피앰아이(PMI)가 휴가 계획이 있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비용 부담’(30.7%)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다만 고물가와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수요도 만만치 않다. 물가 부담이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상황에서, "비슷한 비용이면 차라리 해외를 가겠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탓이다. 휴가의 ‘가성비’보다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과 통계청 따르면 올해 1~4월 국민 해외여행객 수는 994만6098명이다. 전년 동기(953만5921명) 대비 4.3% 늘었다. 월별로도 1월(7.3%), 2월(4.5%), 3월(2.6%), 4월(1.8%) 모두 지난해 같은 달보다 증가했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 판매 현황을 들여다보면 지갑은 더욱 활짝 열린 것처럼 보인다. 일반 패키지 대비 수십만~수백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고가 상품 판매 비중이 늘었다. 일례로 교원투어가 1900만원대 중남미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는데 현장에서 10건이 예약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휴가철 국내 여행 수요를 끌어올리고 경제 활성화를 지속하기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숙박 할인쿠폰이나 KTX·렌터카 할인, 지역화폐 연계 등의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한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축제나 농촌 체험 등 특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자연경관이나 로컬 명소를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홍보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감성형 마케팅’으로 국내 여행의 매력을 새롭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바가지요금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바가지요금 논란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피서객의 외면을 받아 내수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지자체 입장에선 지역상권을 살릴 좋은 기회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휴가철 마다 바가지 요금이 성행하는 것은 ‘한 철 장사다’라는 인식이 아직도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관광과 여가가 생활화 돼 있기 때문에 성수기에만 특정 지역을 찾지 않는 다는 점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자체 역시 휴가철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물가를 점검하고 단속하고 자영업자들을 한 데 모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협조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체가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는 한사람 한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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