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숍, 현실은‘ 산 넘어 산’
“제로웨이스트=쓰레기 제로”.
16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숍.
작은 간판이 달린 제로웨이스트숍의 문을 열기도 전에 눈에 띈 건 색색의 PET(페트병) 뚜껑과 우유팩, 테트라(멸균)팩 등이 가득 담긴 바구니였다.
‘제로웨이스트’의 의미답게, 쓰레기를 없애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철학이 입구에서부터 실천 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소비자들이 다 쓴 우유팩, 음료팩, 페트병 뚜껑을 모아 가게에 기증한다.
소비자로부터 기증 받은 재료들은 업사이클링 전문 업체에 전달돼 압축기와 재활용 기계를 통해 일상 속 작은 생활용품으로 재 탄생된다.
예를 들어 페트병 뚜껑은 고리형 키링으로, 우유팩은 휴지로, 테트라팩은 곽티슈로 업사이클링(업그레이드 재활용) 된다.
이 일환으로 가게 벽면 역시 바다에 버려진 유리로 업사이클링한 키링 등이 정갈히 전시돼 있는 거 보면, 그저 쓰레기로 보였던 것들이 작은 아이디어로 다시 살아나는 과정이 흥미롭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리필 스테이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뚜껑을 열고, 원하는 만큼만 채우고, 무게를 잰다”.
기다란 유리 디스펜서들이 벽면에 줄지어 놓여 있는데, 소비자들은 직접 가져온 용기에 세탁세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등을 그램 단위로 소분해 담는다.
일견 번거로워 보이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그 과정 자체를 작은 실천의 루틴(습관)으로 즐긴다.
이 밖에도 제품 진열대에는 친환경 수세미, 천연 장갑, 천연 고체 치약, 실리콘랩, 행주, 고체 세제 등 다양한 생활용품이 진열돼 있다.
비닐도 화학 성분도 없는 이 제품들은 모두 천연 원료로 만들어졌으며, 플라스틱 포장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흔히 볼 수 없던 쌀 빨대,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통, 강아지 배변통 등 독특한 아이템을 만날 수 있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 중심도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2030세대들도 단순한 소비를 넘어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며 친환경 제품과 소비 방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매장을 찾은 대학생 양지연씨(20대·여성)는 “코로나19 당시 집에 있으면서 SNS에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글을 보게 됐고, 그때부터 이어진 관심으로 이번에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지연씨는 “제가 주로 수세미, 행주에 관심이 많은데 일단 수세미의 경우 일반 슈퍼에서 파는 미세플라스틱은 나중에 계속 처리되지 않고 지구에 남아 저희가 먹게 되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후부터 제로웨이스트숍에서 파는 수세미를 산다”며 “마지막까지 최대한 활용해 쓸 수 있고, 이걸 다 쓰고 버린다고 해도 분해가 되니까 환경적으로 좋은 것 같다. 행주 또한 튼튼해서 오래 쓴다”고 설명했다.
제로웨이스트가 뭐길래?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는 말 그대로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제로(0)’에 가깝게 줄이자는 실천 운동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포장을 줄이며 가능한 자연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과 소비 전반에서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보다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지구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중요한 움직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메시지에 숍(Shop)을 더한 ‘제로웨이스트숍’은 이제 문화를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쇼핑 문화를 제안하고, 작은 변화를 일상으로 이어가도록 돕는 ‘작은 실천의 공간’인 셈이다.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누구나 환경 실천에 동참할 수 있는 열린 실험실이자, 새로운 소비 문화를 제안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모이면 결국 지구를 지키는 거대한 성과로 이어진다.
현실은 산 넘어 산: 수익 구조 어려움, 홍보 미비
환경을 위해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제로웨이스트숍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제로웨이스트숍만 운영하기에는 수익 구조의 한계가 있기 때문.
전현옥 (50대·여성) 제로웨이스트숍 매니저는 “이윤이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운영은 돼야 되는데 수익을 내지 못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현옥 매니저는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만 제로웨이스트숍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제로웨이스트숍에 대해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기업이라든지 정부도 앞장서서 제로웨이스트숍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로웨이스트숍은 소규모 혹은 친환경 제품 중심이라 대형마트, 온라인 유통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또한 벌크 디스펜서 설치, 친환경 제품 소싱, 용기 회수 시스템 등 사업 초기비용이 높고, 비용 부담이 빠르게 누적돼 운영 지속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제로웨이스트숍만 운영하기 보다 카페 혹은 그로서리(식료품점) 등 같은 사업과 병행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이 목격됐다.
같은 날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숍은 그로서리 매장을 함께 운영하며 수익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진경(40대·여성) 대표는 “제로웨이스트숍만 운영하면 어느 정도 매출 수익을 감당할 수 없을 경우 좀 빨리 그만두고 포기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진경 대표는 “제로웨이스트숍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워서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지금 운영하는 가게 역시 유기농 식재료라든지 비건 식재료 등을 조금씩 늘리면서 들어오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지구를 지키는 실천 공간으로서의 제로웨이스트숍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친환경 가치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로 연결하는 것은 여전히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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