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 줄여야 출산율 오른다”…OECD 19개국 분석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08.06 17:00  수정 2025.08.06 17:00

40시간 미만 노동자 늘수록 출산율↑

남성 노동시간 줄어도 효과 뚜렷

초단시간 확대, 정책 효과 제한적

ⓒ데일리안 AI 이미지

장시간 노동보다 주당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출산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근로시간 분포도 출산율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보건사회연구 제45권 제2호에 실린 ‘근로시간 분포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OECD 19개국의 2000~2018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단순한 총근로시간보다는 주당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출산율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당 40시간 미만 노동자 비율이 1%p 늘어날 때 출산율은 0.006명 증가했다. 이는 전체 평균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 자체보다 ‘누가 얼마나 덜 일하느냐’는 분포의 변화가 출산율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반면, 주당 20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 비율은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근로시간 유연화만으로는 출산율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초단시간 노동 확대는 흔히 고용 불안정과 낮은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고 특히 여성에게 집중될 경우 육아 부담의 성별 편중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성별로 살펴본 결과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근로시간 분포도 출산율과 유의한 관련을 보였다. 특히 주당 4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남성의 비율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자녀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가정 내에서 어떻게 분담하는지가 출산 결정에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남성의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육아와 가사 노동의 재분배 가능성이 커져 여성의 출산 의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주당 20~40시간 수준의 ‘중간 근로시간’ 분포는 총 근로시간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을 완전히 매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즉, 총 근로시간이 줄어든다 해도 이 감소가 일정한 근로시간 구간에 고르게 분포되지 않으면 출산율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초단시간 노동 비율 확대는 고용불안정성과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 부담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출산율 제고 효과를 내려면 여성의 단시간 노동 확대보다 노동시장 참여자 전반의 표준적 노동시간 축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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