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 대한 존중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8.23 18:25  수정 2025.08.23 18:26

ⓒ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최근에 다른 나라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준 두 개의 사건이 벌어졌다. 첫 번째는 MBC 새 금토드라마 '달까지 가자'의 티저 영상 관련 논란이다. 드라마 측에서 8월 20일에 티저 영상을 공개했는데 주요 출연진이 아라비아풍 의상을 입고, 인도의 종교의식에서 유래했다는 빈디를 이마에 새긴 채 하와이의 훌라와 밸리댄스를 결합한 춤을 추는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주인공들이 제과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80~90년대 아이스크림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이었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하지만 아랍권, 인도 등의 누리꾼들이 반발했다. “두 문화를 섞고, 고정관념으로 만들고, 조롱하는 것은 무례하고 터무니없이 인종차별적”이고 타 문화권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누리꾼들의 비난도 거세게 일어났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아라비아풍과 인도풍 등이 근본 없이 섞인 데다 결정적으로 회화화하는 분위기의 영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던 '이상하게 생겼네', '비비 꼬였네'라는 가사의 CM송과 분위기를 패러디했기 때문에 티저 영상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줬다. 그래서 해당 지역 누리꾼들이 반발한 것이다.


결국 MBC 측에서 문제의 티저 영상을 삭제하고 “타 문화권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좀 더 세심하고 신중함을 기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한국의 위상과 국제적 분위기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는데 제작진이 그걸 몰라서 발생한 문제다. 차별적 표현에 대한 분노는 보통 강자를 향해 발생한다. 강한 나라가 남의 문화를 희화화하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개도국에서 미국을 희화화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미국에서 개도국을 희화화하면 공분이 일어난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세계를 상대로 영업하는 헐리우드는 특정 문화권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한다. 이젠 우리도 그렇게 노력할 시점이 됐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됐고, 한국 대중문화 산업이 미국산업처럼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엔 우리나라 대중문화에서 해외 문화나 특정 인종에 대한 희화화가 많이 나왔었지만 그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국이 약소국이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감각으로 지금 현 시점에서 콘텐츠를 만들면 대형사고가 터질 수 있다.


앞에서 국제적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는데 그건 각 문화권의 자부심과 자의식이 더 강해졌다는 뜻이다. 다양성 운동이 번져가면서 타 문화를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 되었다. 이렇게 한국이 강해지고, 한국 대중문화산업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국제적으로 다양성 운동이 번지는 대격변을 거치는 사이 우리도 매우 조심해야 하는 나라 반열에 오르고 말았다.


두 번째 사건은 한국에 많은 팬을 거느린 록밴드 오아시스가 최근 타문화 존중 문제로 비난 받은 일이다.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일본 전범기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올렸다. 오아시스 멤버 리암 갤러거는 지난달 SNS에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칭총”(Chingcho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한국 공연을 앞두고 이러는 건 한국인에 대한 무시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서구인들이 일본 전범기에 무심한 건 동양인을 무시한다는 뜻이다. 서구인이 피해를 당한 나찌에 대해선 철저히 경계하면서 동양인이 피해를 당한 일본 군국주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식의 태도는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케이팝 가수가 해외 공연 직전에 오아시스처럼 상대국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큰 비난을 받을 것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 역사, 상처 등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이런 부분까지 세밀하게 챙겨야 케이콘텐츠가 더 국제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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