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두마리 토끼 잡은 李대통령…'실용외교' 실효성은 '분분'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08.28 00:05  수정 2025.08.28 00:05

'유연성' 첫 시험대…트럼프 청구서는 과제

'안미경중' 뿔난 中…'한중 관계' 난항 예고

"'일관성'이 중요" vs "유연하게 대응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미국·일본과의 연쇄 정상외교를 마무리한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 강화' 성과를 가지고 귀국길에 올랐다. '반일·친중'이라는 일각의 꼬리표가 무색하게 '실용외교'를 전면에 내세워 협력을 끌어내면서, 외교 시험대를 무난하게 통과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의 구체적인 통상 분야 청구서와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등 쟁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 문제를 포함해 3국 협력이 불편할 중국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실용외교 안착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3박 6일간의 방미·방일 일정을 마치고 28일 새벽 한국에 도착한다. 한일수교 60년 만에 한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양자회담 상대로 일본을 선택한 직후, 곧바로 미국으로 넘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그 결과 일본과의 셔틀외교가 복원됐고, 미국과는 경제·안보 협력을 기반으로 한 한미동맹 강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통령의 외교 방향성은 '실용'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반일·친중' 성향인 탓에 균형 외교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봤지만, 21대 대선 당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기조를 내세우면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집중했다. 협상 파트너로 녹록지 않은 미국과의 회담을 앞두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먼저 미국이 중시하는 '한미일 3각 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도 실용주의 노선에 따른 전략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관계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일본 순방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이 대통령은 "내가 친중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평가에 불과한데, 외교에서 친중·혐중이 어디 있느냐"며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깝게 지내는 것이고 도움이 안 되면 멀리하는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관철하기 위해 어느 나라와도 적대적 관계를 설정하지 않는 한편, 친중 논란에 선을 그은 것이다.


실용외교 기조는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당초 정치권에선 돌발 행동으로 협상 상대방을 압박해 이득을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몰아세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한국 숙청 발생' SNS 해프닝을 제외하면 우호적 동맹관계는 강화된 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미국 싱크탱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을 통해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춰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회담이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된 배경 역시 이 대통령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이 대통령은 소위 '칭찬의 기술'을 이번 회담에서 활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을 끌어냈고, 비공개 회담에선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라는 평가까지 얻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을 공부한 결과라고 자부할 정도로 부정적인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연쇄 정상회담 이면에는 해소되지 않은 민감한 갈등 현안이 남아있다. 공동합의문이 채택되지 않으면서,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을 비롯해 대미 직접 투자 확대 요구,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 등 쟁점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알래스카 가스전에 대한 한국 투자 여부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도 구체적인 조성과 운영 방식 등이 확정되지 않은 것도 과제로 남았다. 이재명 정부가 실용외교를 추구하지만, 실제 성과가 드러나지 않은 탓에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통령 입장에선 (한미정상회담에서) 여러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당초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점수를 매길 단계가 아니고, 여러 성과가 크게 없이 우리가 투자 약속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도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대응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하지만, 어떻게 협상이 이뤄졌는지 국민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문서화가 안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향후 실무 협상에서 미국과 한국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게 된다면 오히려 시장과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속이지 말고 가감 없이 애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여당 일부에선 이번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기반으로 향후 실무적인 협상이 이뤄지는 만큼, 협상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보통 FTA(자유무역협정)의 경우 (협상을) 몇 년씩 하는데, 두세 달 만에 모두 정리해 모든 품목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큰 틀 안에서 실무 협상이 계속 이어지는 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왜 정리를 못 하고 왔냐고 말하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안착했는지 여부는 향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미일 3각 협력'이 우리 측에선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 대통령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이전과 같이 유지할 수 없다는 발언은 중국을 자극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공산당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한국, 안미경중을 조율하려면 핵심 문제부터 해결해야'라는 제하의 사절에서 "경제적 이익이 희생된다면 국가 안보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야말로 한국 정치 지도자들과 재계 리더들이 계산해 봐야 할 진짜 문제"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의 '안미경중' 발언을 실용외교 실책으로 꼽았다. 이 평론가는 "안보와 경제면에서 미국과 한국은 끊어질 수 없는 관계라는 정도만 얘기하면 됐다"며 "외교는 일관성이 중요한데, 미국에 가선 친미 정권처럼 행동하다가 향후 중국에 가선 친중 정권처럼 보인다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얻는 것이 있어야 실용 외교라고 할 수 있고, 일부러 저자세를 취할 수 있지만 사실상 손에 쥔 것은 없다"면서 "한미 정상회담 대응과 별개로 이번 순방에 대한 성과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큰 틀에서 한미 관세 협상 합의가 유지됐다는 측면에서 선방한 순방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서류 형태로 확약을 받았다면 좋았겠지만, 3500억 달러보다 큰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명문화한 나라도 영국 밖에 없다는 점에서 최악은 피한 것"이라며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겠지만, 한미일 공조를 다졌다는 측면에서 과거처럼 과거사 문제 때문에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미경중' 발언에 대해서도 "국익을 위해선 유연함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 대통령 발언은 미국이 하는 정도의 범위 내에서 눈치껏 처신하겠다는 얘기로 해석됐는데, 이는 우리의 기존 기조에서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편을 들었던 보수 정부가 얻은 것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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