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아래로 들어간 '명청갈등'…재점화 가능성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09.14 06:05  수정 2025.09.14 06:05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당정대 '이견' 노출

"이견 조율 과정" vs "정무조정 기능 망가져"

엇갈리는 평가 속 '갈등 재발' 우려 확산

정청래 "우린 동지"…갈등설 진화 '사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일본·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간 쟁점 사안을 두고 이견이 거듭 노출되자, 이를 '명청 갈등'(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이라 부르며 차기 권력 다툼으로 보는 관점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당정대가 '원팀'을 강조하면서 갈등설은 수면 아래로 들어간 분위기지만,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 의견 차이로 인한 논쟁으로 치부하더라도, 반복될 경우 갈등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대가 현재까지 이견을 노출했던 주요 사안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검찰개혁 후속 조치 등이다. 모두 이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취임한 지 1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의견 차이가 거듭 불거지자 '갈등설'이 대두했다.


정치권에선 당정대 간 주도권 싸움, 나아가 차기 권력 다툼이라는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여당에 대한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 임기 초반 벌써부터 주요 사안을 두고 '당정대 이견'이 표출됐다는 것이 이유다.


양도세 기준을 보더라도 정부가 첫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음에도 민주당은 주식시장과 투자자 반발을 들어 '50억원 기준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개혁 방법론을 두고서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당내 검찰개혁 강경파 의원 간 신경전이 벌어지거나, 고위당정협의회에선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을 두고 우상호 정무수석과 정청래 대표가 충돌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정대는 모두 우 수석과 정 대표 간 언성이 높아졌다는 주장에 대해 "이견은 없다"고 일축했다. 갈등설은 당정대 진화 속에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의견 조율 과정인지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이 된 것인지를 두고선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대통령실과 여당은 의견 조율 과정에서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야권에선 이미 차기 권력 다툼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여당은 갈등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주요 정책을 둘러싼 생각의 차이는 당연한데, 이를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느냐"라는 반응을 보이며 논란을 차단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수직적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는 판단하에 이재명 정부에서 이견이 표출되는 것은 '수평적 의사 결정'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즉, 의견 차이가 곧 '민주주의'라는 의미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전날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갈등이 없다는 표현보단, 어떤 사안에 대해 조그마한 생각의 차이는 모두 있는 것"이라며 "생각의 차이가 없으면 민주주의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현재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체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견제 기능은 모두 당내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하고, 실제 강선우 낙마도 내부 비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와 달리 민주당은 이견과 논쟁을 통해 건강한 조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야권에선 대통령실과 민주당 간 엇박자를 들어 당정 파열음이 노출됐다고 주장한다.


권력 다툼으로 보는 시각 중심엔 정청래 대표가 있다. 국민의힘은 "정청래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며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권력 무게가 같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과반 의석을 무기로 강경파인 정 대표가 개혁 입법에 주도권을 잡는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소위 '자기 정치'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인데, 정권 초반 여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감안해도 여기에 당정 이견이 노출되자 의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최근 야권에선 3대(내란·김건희·순직 해병) 특검법 합의안 파기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당 내의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 간 대립도 '명청 대전'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표면적으론 당내 갈등으로 비치치만, 이면에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 간 알력 다툼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병기 원내대표의 3대 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가 이 대통령의 '속도 조절' 기조에 발맞춘 것이지만,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개딸) 반발에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양당 합의 파기 소식이 들리면서 굉장히 데자뷔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합의를 파기한 것이 윤 전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결정이라는 점에서 현재 당정도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 라인들을 통해 이 대통령 측 의중을 안 다음에 협상했을 텐데 이렇게 벌어진 것은 정부·여당 내 정무 조정 기능이 망가졌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명청 갈등'이 현재로선 과도한 해석이라고 분석한다. 당정대의 이견 조율 과정 입장에 힘을 싣는 것이지만, 향후 문제 재발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다시 당정대 간 갈등이 벌어지면 권력 다툼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 대표는 '원팀' 기조를 강조하며 갈등설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가 상대방과의 차이보다 크겠느냐"며 "우리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이자 동지"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정대 간 의견 차이가 벌어진 것은 단순히 성향 차이로 봐야 하고, 이 과정을 통해 의견이 모이는 것은 전체적으로 보면 바람직하다"며 "당이 급속하게 움직여서 전체 민심과 위반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서로 간 토론을 통해 외부로 드러내는 것은 '갈등의 긍정적 요소'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계파를 형성해 토론이 이뤄질 경우 대주주 간 갈등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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