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보수 정치 철학과 지향점 대한 고민 부재
지도자 입맞에 맞게 개념이 변형돼"
"지금은 위기이자 기회, 과거만으로 안되는 시대"
'한국 보수에는 철학이 없다.' 한국 보수정치를 따라붙는 고착화된 인식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대표적인 '개혁 보수 이론가' 고(故) 박세일 교수 등을 비롯한 사회 비평가들은 정치의 근본적 기준과 원칙 정립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철학은 추상적 담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규범을 제시하며 정치의 본질을 세우는 토대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보수의 사상적 기반이 무엇이며, 그것이 현실 정치에서 어떤 방향과 잣대로 작동하는지를 규명하는 일은 보수가 정체성과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한국 보수의 대표 정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존경하는 철학자와 사상을 묻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가치관과 비전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무위(無爲)의 반대말이 인위(人爲)지 않느냐. 지도자가 백성도 그렇고 사회를 강제적으로 끌고 갔을 때 부작용이 생긴다. 생선 굽듯이 얼음 위를 걷듯 신중한 정치를 하는 것이 보수주의의 철학이었다 생각한다."
도교의 시조로서 경전 '도덕경'을 남긴 노자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철학자다. '무위'라는 핵심 사상을 바탕으로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삶을 설파한 노자의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도 교양 철학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삶의 태도를 성찰 하는 데 깊은 통찰을 제공해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자의 철학을 '군주'를 위한 지침서로 해석하며 통치 철학으로 조명했다. 인위적인 간섭 없이 자연스럽게 백성을 스스로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이끄는 '무위의 정치'가 대표적인 보수 철학의 핵심을 관통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다만 김 의원은 노자를 비롯한 '큰 별'과도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을 우러르기만 하는 '또 다른 별'로 머무는 대신, '김재섭의 철학'을 바탕으로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치의 시대적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판단한 김 의원은 지금 이 순간을 '위기이자 기회'로 규정하며, 자신의 정치 철학을 담담하면서도 강단 있는 목소리로 풀어냈다.
김 의원은 "이제는 양측 모두, 스스로 내세웠던 주요한 정치적 지향점과 가치가 사실상 소멸시효를 맞았다. 결국 과거 것 만으로는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뿌리를 지키면서도, 앞으로 어떤 사람·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고 본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일문일답.
오랜 기간 '보수에는 철학이 없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가. 한국 보수 정치에 철학이 부재하다는 평가에 동의하시는가.
"꽤 오래된 고민이다. 사실 이야기하고 있는 공화주의·민주주의·자유주의 이런 게 서양에서 외삽된 개념이지, 우리가 스스로 생성해서 만든 것들이 아니다. 서양 전쟁·혁명·사회 격변기에서 이 사회 질서를,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가치체계가 붕괴하면서 사유의 결과 철학이 태동해서 발생한 것이다. 지금 현대 정치 가운데에서는 없었다.
조선 왕조가 몰락하고, 일제강점기가 됐고, 우리나라 해방 이후에 미군과 소련이 한반도를 반반씩 점령하고 전쟁이 발생하고, 말하자면 정치 철학과 사유가 되고 토론이 돼야 하는 장이 있었다기보다 치열한 열광, 생존의 방식으로 하다 보니 우리 정치 철학과 나가야 할 지향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상황이다. 정치철학 개념이 마구잡이로 외삽이 됐기에 독재정권·군부정권 시절 '한국형 민주주의' 개념상 왜곡이 시작됐고, 자체적으로 나온 개념이 아니니 정권이나 지도자의 입맛에 맞게 개념들이 변형되고 이런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공산주의 이념도 김정은 체제에서 이상하게 됐지 않느냐. 정치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그 지역 사람, 문화의 산물인데 갖고 오니 자체적으로 우리 철학 고민이 있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나 보수라는 개념이 나름의 확립이 되려고 움직였던 시절, 이승만 대통령이 남한 단독 선거를 통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출범 시켰고, 공산주의·사회주의 개념에 반해서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철학에 뿌리를 두고 대한민국을 시작했다. 당시 야당이라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원형도 호남 지주 중심의 보수적 형태로 시작했던 게 맞다. 보수라는 개념이 태동했다가 박정희 정권 들어서는 반공 제1기치, 경제성장으로 이어졌고, 산업화로 쭉 연결됐다. 그러다 보수 정당은 사실 철학적 고민도 할 필요 없이 반공·경제성장 두 기둥을 갖고 이미 주류 정당이 됐고, 주류가 됐기에 그 이념의 빈곤이 있을 수밖에 없던 것 같다.
언제 이것이 깨졌다는 생각이 들었냐면, 우리가 보수주의 철학을 회고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한 이후다. 2017년부터 2018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을 때, 보수 정당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을 때 보수란 말을 쓸 수가 없게 됐다. 이상한 시기가 됐던 것이다. 그제서야 보수 진영 내에서도 반성적 성찰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떻게 해야 하나, 보수란 이름을 쓰지 못하면 어떤 이름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공화주의·자유주의 등 여러 과거 논의됐던 정치철학이 다시 논의됐던 것이다.
뉴라이트가 2007년에 나오긴 했지만, 하나의 '트렌드'라고 봐야 하고, 굵직한 정치 철학 체제는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됐다. 뉴라이트는 신자유주의,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제서야 고민하고 공화주의를 고민하고 민주주의를 고민할 때가 2017~2018년이었던 것이다. 진짜 보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정체성과 지향점을 찾아야 하는데, 오히려 분열을 획책하는 방식으로 풀렸다. 자유주의 중심으로 갔어야 하는데, 우리가 복지정책 강화하면 '좌파 정책이네, 민주당 프락치네' 하면서 선명성 경쟁으로 이상하게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체성 기반으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고민했던 게 아니라, 위축된 보수진영 내에서 "우리가 진짜 보수야" 하면서 각각 정당성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분열됐던 것이다. 진짜 보수니, 민주당 프락치니, 가짜 보수니......이런 얘기가 나온 게 그때부터 였다. 지금 보수 논쟁, 진짜 이 보수 논쟁이 얼마나 허망한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보수 철학이라는 게 존재하기도 어려웠고,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고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도 부재했다. 말하자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가 뭔지, 보수에서 지켜야 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민주주의·공화주의가 있는데, 우리가 보수정당 과거 민정당·공화당은 군부 독재 체제였지 않느냐. 되게 이상했던 것이다."
정치적 행보와 가치관 형성 과정에서 가장 큰 의미를 둔 철학자는 누구인가. 특별히 그 인물을 꼽으신 이유도 듣고 싶다.
"옛 노자 사상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무위자연(無爲自然)' '상선약수(上善若水)' 등 몇 가지가 있다. 노자 사상은 흔히 해탈해서 도를 닦고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사상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그렇진 않다. 굉장히 통치 철학이고, 지도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많다. 속세와 멀어져 무위자연을 하는 철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보통은 유학사상과 도가사상을 병립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유학(공자·맹자·순자)은 인간 본질 안에 도가 있다고 보고 발현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면, 도가는 자연질서와 사회질서가 체화됐을 때 좋은 사회가 된다고 보고 있다. 통치철학이라고 한 이유는, 법가사상이 법치주의, 강한 법치를 내세운 한비자가 유명했는데, 유일하게 '무위'라는 개념이 들어간 것은 도가사상으로, 법가사상이 여기 영향을 받았다. 일단 통치철학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기 위해 설명을 했고, 그다음 중요한 것은 노자의 사상을 보수 정치인으로서 재발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겠다.
'도가도비상도'라는 말은 도를 도라고 부르면 도가 아니라는 뜻인데, 뜬금없는 말 같지만 결국 실체론과 관계론의 차이를 얘기하는 것이다. 서양철학은 플라톤처럼 '이데아'라는 절대적 실체를 상정하고 거기에 다가가는 방식을 논의했는데, 노자는 절대적 실체가 아닌 관계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폰를 보자. 서양 철학에서라면 '휴대폰의 이데아'가 있다고 보는 반면, 노자사상은 휴대폰 내부의 금속·유리·부품들이 관계 속에서 결합될 때 비로소 휴대폰이 된다는 식이다. 실체론이 아니라 관계론이다.
이게 보수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진보 진영은 유토피아처럼 뚜렷한 '이데아'를 상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보수 정치인들은 '현실에 유토피아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상도 제도 운영 시기, 사람, 환경에 따라 변형되기 때문에 천천히, 살살 가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노자를 인용해 '나라 운영은 작은 생선 굽듯이 해야 한다(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고 한 바 있다. 나라를 운영할 때는 마치 겨울 얼음이 낀 냇가를 걷듯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무위의 반대말이 인위지 않느냐. 지도자가 백성도 그렇고 사회를 강제적으로 끌고 갔을 때 부작용이 생긴다. 생선 굽듯이 얼음 위를 걷듯 신중히 하는 것이 보수주의의 철학이었다 생각한다.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지도자가 특출나고 뚜렷한 나의 유토피아를 내세우며 끌고 갈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본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제도 등 정말 어떤 많은 것들이 생겨나지 않았느냐. 절대적 지도자가 '대동 사회'처럼 하나의 뚜렷한 길을 내세우는 시대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필요하다. 다양한 진영이 공동으로 내 편과 같이 있을 때 (사회가) 이뤄지는 것이지, 하나의 뚜렷한 '이 사회는 이렇게 가야 한다' (이런 사상) 같은 대동사회는 위험하다. 현대적으로 그리고 대표적인 21세기 보수 정치인 입장으로서 (노자의 통치 철학을) 나름의 재해석을 해봤다."
노자가 제시한 사상이나 사유 방식 가운데 가장 깊은 울림을 준 부분은 무엇인가. 또 그것이 오늘날 한국 보수가 맞닥뜨린 현실과는 어떤 점에서 맞닿아 있다고 보시나.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은 위험하다 생각한다. 노자의 말을 인용해보자면,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백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지도자라고 하지 않느냐. 자연 질서가 사회 제도로 체화돼, 한비자 식으로 얘기하면 법과 제도가 사회 안에서 잘 돌아가면서 군주가 굳이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이런 것을 얘기하는 건데, 한 지도자가 이 사회를 모두 이끌고 전권을 위임 받았을 때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 더 위험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구하려는 방향이다. 실패가 예견되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옳다, 가자'고 하기에 위험하다.
내게 노자를 가르쳐준 사람이 최진석 교수였다. 노자·장자·논어를 재밌게 읽던 때 최 교수가 내게 해준 말씀이 큰 울림이었다. 최 교수에게 서양철학 관련한 질문도 막 하고 그러니 하신 말씀이, '네가 별만 쳐다보고 살면 네가 별인지 모른다.'.....단순히 '너도 훌륭하니 잘 커라'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철학 개념 등을 학습하는 것은 네가 철학자나 교수가 될 게 아니라면 의미가 없고, 또 다른 별이 되느니 자신 만의 생각을 잡는 김재섭의 철학을 만들어가라'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중요한 얘기인 것 같다. 성장과정에서 우리는 대학교에서 똑똑한 친구들이 늘 있는, 경쟁에서의 삶을 살지 않았느냐. 대학 시절 늘 경쟁 속에서 남을 따라가기 바빴는데, 내 삶을 어떻게 개척해야 하나 자각하게 된 계기였다.
다시 돌아오면 이 대통령의 국가 운영 방식은 위험하다. 게다가 보수철학이 잘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니 말이다. 과거엔 오히려 철학에 얽매이지 않았을 때 더 보수다웠다. 유능하고 유연했다. 보수는 태도에 가깝다는 게 그것인데, 지금은 배신자니, 좌파니, 가짜보수니 이런 낙인을 찍는 것이 보수가 위축됐다는 반증 같다. 과거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철학이나 이념을 되찾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지금은 내부에서 이념 논쟁으로 피아를 가르기보다 국민 목소리를 듣고 가까이 다가가고, 나라를 유연하게 만드는 고민이 필요하다."
의원님 만의 정치 철학도 궁금하다. 정치 활동이나 삶의 선택에서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녹여내고 계신지 말씀해 달라.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최대한 나도 이런 것들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나랑 입장이 전혀 반대인 사람도 결국 토론과 병립, 공존 속에서 좋은 정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자 중에 밝을 명(明)이 있지 않느냐. 해(日)와 달(月)이 같이 있는데, 왜 해와 달을 합쳐서 밝다는 표현을 썼을까? 전혀 다른 두 가지가 합쳐져서 밝음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지 않느냐. 노자 사상도 비슷한 것 같다. 저도 주장할 땐 하겠지만, 늘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상대를 인정하려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생존'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과거엔 생존 때문에 구체적인 철학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사실 생존이야말로 보수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인 것 같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얼마나 더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영국 보수당 사례를 봐도 그렇다. 부침이 많았는데, 결국 생존 본능이 그들을 지탱했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 내 빈민이 증가하면서 힘을 잃게 됐다. 사회주의, 노동당 등의 등장으로 기세가 위축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은 정말 본인들의 중요한 것들을 버리게 됐다. 본인들의 지지층도 버릴 때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곡물법(보호무역 정책)이다. 농민·지주가 최대 지지층이었으니 보호무역을 했는데, 결국 자유무역 흐름에 맞춰 곡물법을 폐기하지 않았느냐. 자기 지지층을 버릴 때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자유당 내에서 파가 나뉘고, 대거 탈당이 발생했다. 두 번째 기점은 산업혁명이 되면서 본인들 추구했던 것과 다르게 노동자 노동 조건과 주거 정책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제국주의를 이끌던 것도 다 머릿속에 '어떻게 해야 우리당이 생존할까, 어떻게 영국을 위대하게 만들까'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복지 정책이 2차 대전 이후 쏟아진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우리가 사실 이런저런 논의들을 많이 하고 철학 얘기를 했지만 기본 철학은 이러하다. 무책임한 민주당에게 휘둘리지 않고, 책임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가장 중요한 철학이다."
앞으로 한국 보수가 이러한 철학적 자산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시는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떤 철학적 방향성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도 말씀 부탁드린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누구여야 되고 어떻게 나가야 되는지 한 번 더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이런 예를 들어보겠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대표주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민주당 대표주자는 이재명 대통령이지 않았느냐. 국민의힘은 산업화의 유산, 민주당은 민주화의 유산이 강한 정당인데, 윤 전 대통령은 산업화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이고, 이 대통령도 민주화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다. 이미 과거 유산 만으로는 당의 주류가 될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산업화 그 자체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야말로 산업화 주역이었다. 반대로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양측 모두, 스스로 내세웠던 주요한 정치적 지향점과 가치가 사실상 소멸시효를 맞았다. 결국 과거 것 만으론 안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패러다임이 전환됐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뿌리를 지키면서도, 앞으로 어떤 사람·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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