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리셀 참사' 대표·총괄본부장에 징역 15년 선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
올해 상반기까지 법률 위반 경영책임자 22명 중 실형 1명
법조계 "향후 관리책임 정도·책임 결과 고려해 양형 정해질 것"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1심에서 각각 징역 15년이라는 중형이 내려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내년 초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을 안건에 포함할지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리셀 대표 등에 대한 판결이 향후 양형기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법조계 등에서 주목하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이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산업재해치사) 위반,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박 본부장 공범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에게는 징역 2년, 금고 1년∼2년, 벌금 1000만원 등이 선고됐다.
박순관 대표는 지난해 6월24일 오전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9월24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박중인 총괄본부장은 전지 보관 및 관리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박순관 대표에 대해 ▲아리셀 설립 초기 경영권을 행사했고 이 사건 화재 시까지 동일하게 유지된 점 ▲일상적 업무는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하도록 하면서 주요 상항을 보고받아 경영 판단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총괄책임자로서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했다.
전날 수원지법의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내려진 형량 중 가장 무겁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까지의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현황을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량은 실형 1건(징역 1년), 벌금형 1건(3000만원), 집행유예 20건(징역 8월~징역 1년6월, 집행유예 1년~3년)이 내려졌다.
물론 이번 참사의 경우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만큼 중형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번 판결이 대체적으로 근로자 안전에 대한 기업, 특히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 역시 "산업재해 사고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부과해왔던 양형 경향과 산업재해의 빈번한 발생 현실에 비추어 보면 형벌의 일반예방 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이번 사건과 같이 다수의 근로자들이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가벼운 형이 선고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부장판사 출신 전상범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경영책임자의 경우 기본적으로 관리책임자로서 직접 관련자라고 보기 어려운 만큼 그 동안은 중형까지 선고는 하지 않았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이번에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기업과 경영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판결이 이어질 것 같다"며 "관리책임의 정도와 책임의 결과를 고려하여 양형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진수 노무사는 "기업이나 경영책임자 스스로 안전 문제에 대해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중대한 문제라는 걸 인식하는 계기가 만든 판결"이라고 해석했다.
김단영 변호사는 "앞으로 상급심 판결을 봐야겠지만 이번 판결은 근로자가 근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시금석과 같은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기업들은 안전상 리스크를 더욱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오히려 장기적인 방향으로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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