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OVH·미국 콤캐스트 치명타
데이터센터 이중화 중요성 부각
분산·백업 시스템으로 혼란 막아야
지난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멈췄다. 불과 수 시간 만에 대한민국 디지털 거버넌스의 허점이 세계 앞에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대형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전산망 마비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차례 반복됐다. 실제 주요 선진국에서도 공공IT 인프라와 사설 플랫폼의 취약점이 동시 노출된 사례가 다수다.
프랑스 OVH 데이터센터 화재…2주간 ‘눈 뜬 장님’
2021년 3월, 프랑스 최대 규모 OVH 데이터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수천 개 민간 사업자와 프랑스 행정기관, 스타트업 서비스가 최대 2주 동안 장애를 겪었다.
일부 데이터는 영구 소실됐다. OVH 화재 당시 밝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시설 설계의 미비와 데이터 이중화 부족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후 공공 데이터센터 이중화 및 백업센터 의무화를 즉시 도입했다.
2022년 미국 콤캐스트 데이터센터 역시 화재로 인한 수시간 장애가 발생했다. US 대형 센터들이 운영하던 일부 도시의 인터넷 서비스와 지역 행정 포털이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미국은 이 사태 이후 기존 단일센터 의존도를 줄이고, 분산 복구시스템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 한국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리튬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몇 시간 만에 카카오톡, 네이버 등 주요 대민서비스가 마비되며 국민적 혼란이 이어졌다. 리튬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 설계 미흡, 서버-전력실 거리 부족, 이중화 시스템 미비 등 구조적 한계가 공통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당시 배터리실, 서버실 구획 미흡은 신속한 소방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글로벌 표준과 달리 전화국 개조 건물로 센터가 운영된 점, 3자 관리체계 속 실질적 책임도 분산돼 있었다.
심지어 배터리 교체 권장 기간(7~10년) 대비 11년 이상 사용되는 등 기초 관리도 미흡했다. 소화·점검·충전 조치 등 기본 절차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세계적 기준과 비교해도 설계·관리·위치 선정·전력실 분리 등 안전망이 크게 부족했다.
구글, 이원화에 370억 달러 투자…한국은 ‘비용절감’에 난색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안전성과 재난 복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3, 4중 이원화·분산화에 수조 원을 투자한다. 구글은 지난 5년간 미국 26개 주에 데이터센터 및 백업센터 신설에 370억달러를 쏟았다.
비상용 센터 구축과 자동화 복구 매뉴얼을 표준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폭염, 정전, 화재 등 극한 사고에 대비해 데이터센터와 DR센터를 다중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영국에서는 2023년 기록적인 폭염으로 구글 클라우드가 순식간에 중단됐지만 복수 센터 덕분에 서비스가 완전 정지되는 일은 없었다.
미국·프랑스·독일 등 선진국도 대형 사고마다 시설 설계 기준 강화, 배터리·서버 분리, 실시간 모니터링, 백업·절체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22건 이상 글로벌 데이터센터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고 공식 집계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비용절감만 이유로 안전을 외면하면 정보인프라 전체가 위험에 처한다”며 “모든 복구 방안의 핵심은 이중화와 분산 백업에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각국 사례는 단일센터 구조와 인사·설비 관리 부실이 반복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사건은 프랑스 OVH, 미국 콤캐스트 등 굵직한 사례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한계와 교훈을 남겼다.
공공부문부터 민간 IT플랫폼까지 ‘데이터센터 이중화·상시 백업·실시간 복구’ 시스템 구축이 필수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더 이상 물리적·관리적 리스크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재해 이후 복구 대책 수립, 시설 관리 고도화, 전력실·배터리실 분리 등 안전망 강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국제적 디지털 경쟁력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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