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단계부터 창작진과 MD팀 등 긴밀한 협업 필수적
과도한 상업주의에 대한 경계 필요
굿즈는 이제 공연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과거 공연 제작사의 주 수입원이 티켓 판매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굿즈를 포함한 MD 사업이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고정 비용이 높고,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운 공연 산업에 있어서 굿즈 산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일부 대형 뮤지컬의 경우, 굿즈 매출이 전체 제작비의 최대 20% 이상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단순한 부가 수익을 넘어, 재투자를 위한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창작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굿즈의 성공적인 판매는 티켓 판매가 저조한 기간의 수익을 보전하고,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굿즈는 수익원 다각화를 넘어,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공연이 막을 내린 후에도 굿즈는 계속해서 판매되고 소비되며 작품을 대중에게 각인된다. 이 대표는 “잘 만들어진 굿즈는 잠재 관객에게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기존 팬들에게는 지속적인 소속감과 충성도를 심어주며 ‘팬덤’을 더욱 공고히 다지는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이는 곧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져 안정적인 관객 개발의 선순환을 이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굿즈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굿즈 자체가 작품의 서사와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굿즈는 작품의 ‘두 번째 생명’과 같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연출가, 작가, 디자이너 등 창작진과 MD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만큼 팬들이 굿즈에 부여하는 의미와 가치가 크기 때문에 ‘진정성과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팬들의 애정을 이용한 저품질의 고가 상품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고 팬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상품 자체의 완성도와 실용성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최근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등 ‘착한 굿즈’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과도한 상업주의에 대한 경계’ 역시 필요하다. 무분별한 한정판 남발이나 사행성을 조장하는 랜덤 상품 판매는 팬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시장 전체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 제작사는 단기적인 매출 증대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팬들과 함께 건강한 굿즈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굿즈는 이제 공연예술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굿즈는 공연의 경험을 무대 밖으로 확장하고, 창작자와 관객을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며, 산업의 외연을 넓히는 중요한 매개체다. 향후 기술의 발전과 결합하여 AR(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포토카드나, 작품 속 음악을 담은 NFT(대체불가토큰) 굿즈 등 새로운 형태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굿즈 시장의 성장은 공연 산업에 분명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지만, 주객전도의 위험성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고, 굿즈는 그 좋은 작품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질에 대한 고민과 팬들에 대한 존중, 이 두 가지가 동반될 때 굿즈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한국 공연예술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파트너이자,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가장 창의적인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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