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부부, 한가로이 예능 녹화할 때였나
국가 위기 경보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됐는데
성난 민심, '냉장고를 부탁해' 유튜브 댓글 폭발
삭제 의혹 확산… 부정 여론 막으려 댓글 관리?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JTBC 예능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 녹화에 참여한 일이 연일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논란이 된 이유는 9월 26일 오후 8시 15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체 국가 정보시스템의 30% 이상이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고, 이틀 뒤인 28일 오후, 이 대통령 부부가 예능 녹화에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정자원 화재를 진압하고 밤샘 긴급 복구가 한창이던 때에 이 대통령 부부가 예능 촬영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 부부는 28일 오후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 촬영을 마친 뒤 복귀해 오후 5시 30분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고 한다.
지난 9월 26일에 발생한 국정자원의 화재는 전체 국가 정보시스템 1600개 중 3분의 1 이상(647개)이 중단된 '참사급 행정 시스템 마비 사태'였다. 정부24와 무인민원발급기를 비롯해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주요 서비스들이 모두 멈췄고, 많은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리고 녹화 날인 28일엔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되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 대통령 부부가 한가로이 예능 녹화를 하며 먹방을 하고 있었다니…… 이유가 무엇이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냉부해' 촬영 일자 관련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글을 허위사실 유포 행위로 규정하며 반박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대통령실 김남준 대변인은 28일 오후 촬영에 임한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참으로 기괴하다. 이게 말이 되는가?
한마디로 국민 앞에서 거짓말로 사실을 숨기려다 '딱 걸린' 상황이다.
국정자원 화재 이후인 10월 3일에는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은 무엇이었나. 전 부처가 추모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부해' 추석 특집편 방영을 5일에서 6일로 고작 하루 뒤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더욱 분노가 일었던 점은 4일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해당 방송 출연은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없는 양심에 '국민 팔이'까지 더하다니, '국민'을 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행태가 참으로 오만하다.
6일엔 '냉부해' 유튜브 채널에 예고편이 올라왔다. 성난 민심을 반영하듯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재명 대통령 부부를 비판한 댓글이 3만5000개 이상 달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베스트 댓글이 사라지고, 전체 댓글 수가 2만7000개~2만800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JTBC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몰라도, 마치 관리자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듯 했다. 댓글 신고가 누적돼 자동으로 걸러졌다고 보기엔, 개그콘서트식 정치 풍자 수준의 내용들이거나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이었다.
댓글들을 보면서 '역시 우리는 해학의 민족인가' 싶은 생각이 들던 중이었는데, 황당했다. 이 상황을 목격한 누리꾼들은 "댓글 계속 지울 거면, 차라리 댓글창을 닫아라" "왜 내 댓글을 삭제하느냐" "베스트 댓글이 자꾸 사라진다"라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녕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인가. 이제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도 억압하려 하는 것인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대통령실을 향해 세 가지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첫째, 이유를 불문하고 국가 재난급 행정 시스템 마비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예능 프로그램 촬영을 진행했는가.
둘째,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 관련 대통령실 첫 브리핑에서, 왜 대국민 거짓말을 했는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거짓을 말하면서 적반하장식 겁박까지 했는가.
셋째, JTBC 측에 댓글 관리를 부탁한 사실이 있는가.
국민은 국정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추석을 맞이해야 했다. 이런 시국에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말한 '국민과의 소통'이 과연 이 시국에 예능 출연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었을까. 흔히 이야기하듯, 위기 속에서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자.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글/ 송서율 국민의힘 전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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