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2025] 사실상 물 건너간 한반도 '옥토버 서프라이즈'…북미 정상회담 불발

데일리안 경주(경북) =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0.30 04:30  수정 2025.10.30 08:35

트럼프·김정은 회동 끝내 불발…'러브콜' 실패

北 "어제 서해서 함대지 전략 미사일 시험 발사"

거절 재확인 신호, 집요한 트럼프에게 한방 날렸다

李대통령, "김정은, 트럼프 진심 이해 잘못한 상태"

2019년 판문점서 만는 김정은과 트럼프 ⓒ연합뉴스

한국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며 거듭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북미대화,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에 맞춰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 소식을 공개하면서 사실상 우회적으로 거부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정상 회동이 불발됐음을 공식화하면서 사실상 이번 만남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방한 직전 北순항미사일 도발
북한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통신은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발사되어 서해 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천800여s(초) 간 비행하여 표적을 소멸하였다"고 밝혔다. 이날 시험발사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해군 장비부사령관, 함상무기체계기사 등이 동반 참관했다.2025.10.29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29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실시한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아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 오른 날,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입국하기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북한은 이번 발사 소식을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는 싣지 않았다. 외부를 겨냥한 대외 메시지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신은 "함상 발사용으로 개량된 순항미사일들은 수직 발사돼 서해 해상 상공의 설정된 궤도를 따라 7800여s(초) 간 비행해 표적을 소멸하였다"고 밝혔다. 순항미사일은 2시간 10분 비행을 한 것으로 파악되나 비행거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시험발사에서 김 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다. 북한 주민이 접할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리지 않았다.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용 매체에서도 보도되지 않아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대화 제의에도 침묵한 채 미사일 시험에 나서고, 핵무력 강화를 천명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 의지가 없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현재까지도 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북미 회동이 열리지 않은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전략순항미사일로 도발한 시각도 의미심장하다. 통신 보도와 합동참모본부 발표를 종합하면, 북한은 28일 오후 3시께 발사한 후 비행한 뒤 표적을 타격했다.


미사일 발사 시점은 절묘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미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원'에 올라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로 향했다. 두 정상은 곧바로 미국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 승선해 미·일 동맹의 결속을 과시했다. 발사 시각은 해당 장면과 맞물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험발사는 트럼프의 집요한 회동제안에 대한 김정은의 거절 의사를 재확인 시켜주는 신호"라며 "만나기 싫다는 데 집요하게 매달리는 트럼프에 대해 한 방을 날린 셈"이라고 분석했다.

李대통령, 북미회동 불발 공식화…다음 만남 '안갯속'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동이 무산됐음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아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잘 수용하지 못하고 이해를 잘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미정상 회동이) 불발되기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도 또 하나의 씨앗이 돼 한반도에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큰 기대를 가지고 대통령님의 앞으로 활동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난 김정은을 매우 잘 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를 못했다"(We really weren't able to work out timing)며 이번에 김 위원장과의 회동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내내 기자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의사를 거듭 밝혔지만,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은 끝내 오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난 그와 항상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난 어느 시점에 그를 만날 것이다. 알다시피 그는 스케줄이 매우 바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순방 기간에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난 그들(북한)이 원한다고 생각하고 나도 원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돌아올 것이며 어느 시점에,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과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 위원장과의 회동 의사를 거듭 밝혔음에도 북한의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아시아 순방(30일까지) 중 회담이 사실상 어렵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북미정상 회동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무반응으로 인해 양국의 다음 만남이 '안갯속'에 빠진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데일리안에 "북미 간에도 소통이 지금 원활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대화는 당초 기대보다 부진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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