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 과목 종료 직후인 오후 4시40분쯤 교문 열리고 학생들 나와
학부모 "아침에 봉은사에 가서 기도드려…이제 마음 편히 푹 쉬길"
수험생 "국어, 탐구 과목 어려워…수능 끝났다는 게 실감 안 나"
17일까지 이의신청 받은 뒤 25일 정답 확정, 내달 5일 성적 통지표 배부
수험생 이준영(가운데)씨와 그의 여자친구 허다현(오른쪽)씨가 시험 종료 후 배재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3일 오후, 수능 시험장인 서울 배재고등학교 앞에는 시험을 마치고 나올 수험생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시험이 끝나기도 한참 전인 오후 4시쯤부터 교문 앞에 서 있던 학부모들은 혹시라도 자녀가 나올까 봐 목을 길게 빼고 학교 안을 들여다봤다. 탐구 과목 시험 종료를 앞둔 오후 4시35분쯤에는 교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학부모들이 가득 찼다.
기다림 끝에 이날 오후 4시40분쯤 교문이 열리자 학부모들은 까치발을 들고 학교 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자식들을 찾았다. 이윽고 멀리서 서서히 걸어 나오는 한 수험생이 보이자 학부모들은 일제히 "저기 나온다"를 외쳤다.
고생한 수험생 자녀가 안쓰러웠는지 벌써 눈물을 보이는 학부모도 있었다. 자녀를 찾은 학부모들은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힘들었지", "고생했다", "얼른 집에 가자" 등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13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이 학부모들로 가득 차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교문이 열리기 전 시험장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현갑(52)씨는 "아침에 아이를 데려다주고 봉은사에 가서 기도를 드린 뒤 근처에서 쉬다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왔다"며 "재수생이라 남들보다 1년 더 고생했다. 이제는 마음 편히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화(54)씨는 "본인이 올 한 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시험장에서 실력 발휘를 했길 바란다. 성적이 어떻게 나왔든 간에 이제는 마음 편히 나머지 시간을 기다렸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고생했으니 맛있는 걸 사줄 계획"이라고 했다.
N수생 친구를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반수생 친구를 마중 나온 대학생 서창완(20)씨는 "수험생으로 10여 년 동안 공부한 것의 마침표를 찍었다면 이제는 그 마침표를 쉼표로 바꿔서 사회에 나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길 빈다"며 "친구가 혼자 공부를 하다 보니 자주 못 만났다. 오늘 만나는 대로 술을 마시러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수에 도전한 남자친구를 기다린다는 허다현(24)씨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며 "군대부터 재수, 삼수까지 기다려줬다. 꼭 좋은 성적 거두길 바라고 이제는 나랑만 놀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씨의 남자친구인 이준영(24)씨는 "오랜 시간 기다려준 여자친구에게 고맙다. 좋은 성과를 보여줘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하다"며 "그래도 수능이 끝났으니 열심히 돈을 모아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했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을 빠져 나오고 있다.ⓒ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이날 오후 4시58분쯤 정문을 빠져나온 박모(19)군은 "국어랑 탐구 과목이 많이 어려웠다"며 "아직 수능이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아무 생각 없이 놀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혁(20)씨는 "시험은 많이 어려웠지만 너무 후련하다"며 "수능이 끝난 기념으로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삼수생인 성모(23)씨는 "한동안 잠을 많이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다.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식사한 뒤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17일 오후 6시까지 평가원 홈페이지 이의신청 전용 게시판에서 수능 문제와 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 심사를 진행한 뒤 25일 오후 5시에 정답을 확정 발표한다. 성적 통지표는 다음달 5일 수험생에게 배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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