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 의무화' '위반 시 행정처분 및 과태료' 등 장치 필요
"사고 겪은 예술인 대상, 전문 재활 시스템도 구축됐으면"
"예술인 노동자로 인정하고, 안전 동등하게 보장해야"
무대 위 노동자들 안전이 개인 ‘선택’과 ‘운’에 맡겨지는 현실을 끝내기 위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강력한 법과 제도의 개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2%에 불과한 산재보험 가입률과 공공연하게 무시되는 표준계약서, 안전 관리 인력의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해, 예술인의 안전을 ‘의무’로 규정하는 공연법 개정이 최소한의 안전망이 된다는 것이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논의 중인 공연법 개정안은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한 필수적인 법적 장치이다. 현행 예술인 산재보험 제도는 예술인 개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선택 사항’이기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는데, 현재 발의된 공연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연 제작자 및 공연장 운영자가 공연 참여자에 대한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조항은 무대 예술인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법적 한계를 넘어, 공연을 제작하는 주체에게 ‘안전 책임’을 지도록 한다. 공연의 규모나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무대에 서는 모든 배우, 무용수, 스태프 등이 사고 발생 시 개인의 사비로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특히 보험 가입 의무화와 함께 개정안에 포함된 ‘공연장 확인 의무’와 ‘위반 시 행정처분 및 과태료’ 조항은 현장에서 안전 관리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핵심 장치다. 공연장이나 공연 제작자가 의무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심지어 행정처분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안전 조치를 ‘하면 좋은 것’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이는 공연의 제작 및 유통 과정 전반에 걸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게 된다.
해당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 측은 “공연장은 다수 인원이 밀집하는 공간적 특성상 안전사고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화재나 시설물 붕괴 등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배상이 이뤄지도록 안정적인 피해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서울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프리랜서 예술인이 공연 장치에 부딪혀 사지마비가 된 사례도 있었다”며 “문화예술인들과 관계자들의 공연 안전에 대한 배상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의무와 더불어, 급변하는 공연 환경에 맞춘 전문적인 안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최근의 무대는 리프트, 와이어, 턴테이블 등 고난도의 기술 장치가 동원되지만, 이를 전담할 ‘전문 안전보건관리관’ 배치는 의무화되지 않아 사고 위험을 키우는 근본적 원인이 되고 있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객석 규모를 기준으로 안전 관리 인력을 두는 현행 기준을 넘어 공연법 개정 시, 무대 장치의 복잡성이나 위험 등급에 따라 전문 안전 관리관의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면서 “안전 관리관은 공연 시작 전 안전 진단, 리허설 중 위험 요소 관리, 예술인 대상 안전 교육 실시 등을 전담하고 촉박한 제작 일정으로 인해 안전이 희생되는 낡은 관행을 구조적으로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업계 전반의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예술인과 스태프를 대상으로 정기적이고 실질적인 안전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실제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사고 이후의 복귀 시스템에 집중했다. 한 앙상블 배우 A씨는 “부상은 예술인의 생계를 넘어, 예술 활동 자체를 영구적으로 중단시킬 수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사고를 겪은 예술인들이 무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재활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중대재해전문가넷은 “예술노동은 ‘예술’이면서 생명과 존엄을 보호받아야 하는 ‘노동’이다. 공연예술인을 포함한 모든 예술노동자에게 상시적인 안전 관리 체계, 생존이 가능한 보상 체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이제는 예술인이 실질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되는 현실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예술인의 노동과 생명은 그 어떤 산업 종사자와도 다르지 않다. 법과 제도는 예술인 또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그들의 안전을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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