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의대증원 2000명 근거 미흡"…尹 지시에만 기댄 '증원규모'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1.27 14:54  수정 2025.11.27 14:56

27일 '의대정원' 감사 결과 발표

"부적정한 예측 토대로 규모 결정"

"더 많이"…尹 요구에 규모 늘어나

"대학별 배정 기준도 비일관적"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의정 갈등 사태를 불러일으켰던 '의대 정원 2000명' 정책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적정한 예측을 토대로 증원 규모가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원 규모가 늘어난 배경에도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2월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영향으로 의정 갈등 사태는 빚어졌고 의료 현장 파행으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정부는 2035년 의사 수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수급 전망을 증원 규모의 근거로 들었다. 1만5000명은 현재 부족한 것으로 산출된 의사 수 5000명에 연구보고서 3개를 토대로 한 2035년 부족 의사 수 1만명을 합산해 추산했다.


다만 감사원은 현재 부족한 의사 수를 산출한 연구는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을 나타낸 것이기 때문에 전국 총량 측면에서 부족한 의사 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증원으로 취약지에 5000명의 의사가 충원되면 비취약지는 수요가 감소해 공급과잉이 될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은 시점이 다른 현재와 미래에 부족한 의사 수를 단순 합산한 것도 문제 삼았다. 현재 부족한 의사 수가 5000명이라고 해도 이를 인구 구조 변화 효과를 반영해 보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부족한 의사 수는 의사 인적 구성, 근로행태, 기술 발전 등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가정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복지부가 증원 발표 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증원 규모에 대한 사전 논의를 실시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2000명 증원' 발표 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충분한 자료와 논의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고, 회의 시작 1시간 이후 정원 확대 방안을 브리핑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심의가 사실상 형식적이었다고 조사·판단했다.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증원 결정 과정에서도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요구가 있었다는 점도 조사됐다.


감사원은 "당시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 반발 완화와 교육 여건 확보 등을 고려해 단계적 증원을 선호했으나 대통령·대통령비서실은 증원 단계마다 갈등 유발 등을 사유로 일괄 증원을 선호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정부가 가져온 증원안을 보고받을 때마다 "더 많이"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규모는 기존 500명에서 1000명, 다시 2000명으로 확대됐다.


증원 규모 논의 초기인 지난 2023년 6월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 2025~2030년 500명 증원안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같은 해 10월에 2025~2027년 1000명, 2028년 2000명 증원안이 다시 보고됐지만,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라고 재차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장관은 2023년 12월 윤 전 대통령에게 900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2000명 일괄 증원안을 보고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원 단계마다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이 2000명 일괄 증원안은 이관섭 당시 정책실장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대통령·대통령비서실이 단계적 증원안에 대해 반대 입장이며 2000명 일괄 증원안에 대해 대통령비서실과 공감대가 있다고 판단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 결과 복지부 내부에선 네 자릿수 증원에 대해 의사단체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의대 정원 배정 과정에선 대학별 배정 기준을 비일관적으로 적용해 타당성·형평성이 저해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가 선임한 배정위원회 위원에는 의대 교수가 포함되지 않았고 대학별로 현장점검을 실시하지 않아 대학의 학생수용역량 반영이 미흡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나아가 배정 규모를 조정하면서 일관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분석 결과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중장기 수급 추계 실시 심의 등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고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통보했다.


교육부에는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에 타당성·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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