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관광·정주·기부제가 연결될 때…박범인 금산군수가 제시한 지역활력 회복 전략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2.01 11:18  수정 2025.12.01 11:22

지방 소멸 위기 지역으로 분류된 금산군이 인구감소와 지역 활력 저하에 맞서는 ‘지속가능성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을 비롯해 100개 특색마을 조성, 생활 인구 확대 전략, 고향사랑기부제와 관광정책의 연계 등 지역의 체류·정주 기반을 촘촘히 구축하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금산군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한 ‘금산세계인삼축제’는 세계축제도시 선정이라는 성과까지 더하며 지역 경제에 1000억 원대 파급효과를 만들어냈다. 금산군은 축제·관광·정주정책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삼아 인구감소 시대에 살아남는 지역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금산군청

금산군이 마주한 인구 감소 위기는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다. 박범인 금산군수는 이 상황을 ‘지역 경쟁력 회복’이라는 더 큰 과제로 바라보고, 정주 기반 강화부터 생활인구 확대, 교육·일자리 재구조화까지 다층적인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금산군의 인구는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에 85%의 높은 정착률을 보이고 있는 금산군귀농교육센터를 통해 안정적인 귀농·귀촌을 지원하고 있어 전입인구는 꾸준히 있는 편입니다만 인구가 늘어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인구감소 문제를 단순한 통계적 수치가 아닌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과제로 인식하고 정주인구 확대와 생활인구 유입을 아우르는 종합 대응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특색있는 100개 마을 만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확대를 비롯해 금남초 한옥마을, 충남형 리브투게더, 신혼청년 공공임대주택 조성, 상리지구 뉴빌리지 조성 등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지역에 머물고 소비하고 교류하는 생활인구 확대를 위해 통합돌봄마을, 한의약령마을, 웰니스 허브휴양단지, 국가생태탐방로, 금산군 일주일 살기 프로그램 등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금산세계인삼축제 등 축제를 통해 외부 방문객이 금산을 찾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교육 때문에 찾아오는 금산을 목표로 교육 인프라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금산군이 추진 중인 ‘특색있는 100개 마을 만들기’의 핵심 사례는 군북면에서 시작된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이다. 2010년 도시에서 방문한 아이들의 아토피 증상이 완화된 사례가 알려지며 조성된 이 마을은, 한옥단지 조성과 함께 지역 초등학교의 폐교 위기를 막아낸 상징적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0년 도시 어린이들이 금산군 군북면에 와서 생활하자 아토피 증상이 개선됐습니다. 이에 따라 군북면에 한옥 35채를 만들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을 오는 2030년까지 200여 가구 규모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주거 시설뿐 아니라 최고 수준의 공공조공, 도로, 상·하수도, 전기, 생태교육장, 둘레길 등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학생 수가 많아지면 교육계와 협의를 통해 중학교도 신설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연 속 치유 공간을 제공해 아토피 예방과 치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지역 건강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계획입니다. 단순한 주거단지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의 건강 인식개선과 아토피 질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어린이 뿐만 아니라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건강 회복형 커뮤니티 모델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또, 인근의 보곡산골 산벚꽃축제, 산꽂벚꽂마을오토캠핑장, 산꽃둘래길 등 콘텐츠와 연계해 인구 유입 및 정착을 유도하고자 합니다. 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금산세계인삼축제는 올해 세계축제대회에서 금상 3개, 은상 1개, 동상 2개를 수상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축제는 지역경제 파급효과, 수출 상담 실적, 소비 확장성 등 여러 방면에서 성과를 기록하며 금산군의 핵심 관광·경제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세계축제대회 수상을 통해 금산군이 미국 필라델피아,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과 함께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됐습니다. 이 행사는 세계축제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행사로, 올해는 30개 국가에서 참여해 64개 부문에서 경합을 펼친 결과 대한민국이 미국 다음으로 종합 2위를 기록했습니다. 금산세계인삼축제가 여기에 크게 기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산세계인삼축제는 금산인삼산업의 보루로, 올해 지역경제 파급효과만 112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축제와 함께 열린 국제인삼교역전에서는 27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인삼 소비를 약재 중심에서 음식·패션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인구 측면에서도 생활인구 확보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금산군은 인삼축제를 중심으로 자연환경·문화자원·역사유산을 체류형 관광 콘텐츠로 연결해 지역문제 해결형 관광정책을 구축하고 있다. 비단산·비단강의 경관, 1000년 은행나무와 칠백의총, 개삼터 등 금산 전역을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는 방향이다.


"금산세계인삼축제는 지난 2023년부터 세계 축제로 격상해 열리고 있는데요. 전체 방문객의 1%가량이 외국인으로 확인되고 있는 만큼 확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금산군에 방문하면 인삼 외에도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금산군은 비단산에 비단강이 휘돌아가는 금수강산의 본고장으로 근경과 중경과 원경의 조화로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중기 이규보 선생은 금산을 노래하기를 마치 다른 나라의 별천지에 온 것 같다고 칭송했고 만해 한용운 선사께서는 대둔산에서 금산 쪽을 바라보며 이 경치를 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천하의 명승을 논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또, 지역에 1000년 이 넘는 은행나무가 두 그루나 있고 칠백의총을 비롯한 역사적 의미가 담긴 곳이 많습니다. 이 같은 역사와 자연을 활용한 관광자연 개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남이면 성곡리 개삼터는 최초의 인삼 농사가 지어진 곳입니다. 이곳을 진악산 둘레길과 연계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 자연환경을 활용한 건강증진 체류형 관광시스템인 헬스투어리즘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금산군의 자연환경과 문화, 음식, 역사, 숙박 등을 연계한 관광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금산군청

최근 인구감소지역 지자체들 사이에서는 관광정책과 고향사랑기부제를 연계해 생활인구를 확보하는 방식이 중요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산군 또한 고향사랑기부제를 단순한 모금이 아니라 ‘금산과 외부 인구를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장치’로 활용하며, 주민 복지와 생활환경 개선을 중심으로 한 기금 집행을 통해 정주 여건을 강화하는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생활인구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금산군은 고향사랑기부제를 단순히 기부금을 모으는 제도가 아니라 금산과의 지속적인 연결고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기금사업을 통한 주민복리 증진입니다. 올해 추진한 당직의료기관 응급실 간호인력 인건비 지원사업이나 다문화가정 중고생 진로 컨설팅 사업처럼 기부금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복지사업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들은 금산군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금산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주민들의 복지와 편의 향상에 투자함으로써 기존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나아가 귀향·귀농을 희망하는 생활인구를 자연스럽게 유입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총 6000만 원 규모의 두 가지 주요 사업을 통해 응급의료 서비스 개선과 다문화가정 청소년 지원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당직의료기관 응급실 간호인력 인건비 지원사업으로 5000만 원을 투입해 새금산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인건비를 지원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응급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주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두 번째는 다문화가정 중고생 진로 컨설팅 사업으로 1000만 원을 투입했습니다. 전문 진로 컨설턴트를 섭외해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맞춤형 진로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꿈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앞으로도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하겠습니다.“


금산군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문제 해결의 중요한 재원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상 여러 제약이 존재해 지자체의 자율성과 확장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부 한도, 기부 대상자 범위, 법인 참여 가능 여부 등에서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범인 군수는 이러한 한계가 인구감소지역에 더욱 크게 작용한다며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 원까지만 100% 세액공제율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한도가 20만 원이나 30만 원으로 상향되면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해당 자치단체의 주민이 아닌 경우에만 기부를 받도록 되어 있어, 인구유출과 지방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서조차 주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발전에 직접 기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주민등록 주소지 자치단체의 주민까지 모금 대상을 확대한다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 소멸 대응에 참여할 기회를 얻고 기부금도 증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법인의 기부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고향납세제처럼 법인이 기부할 수 있게 되면 지역발전 재원 확충에 큰 도움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개인만 기부가 가능해 모금액 확대에 한계가 있는데, 법인 기부가 허용되면 기업들도 지역사회 발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 법인 기부 허용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산군은 고향사랑기부제의 활성화를 위해 기부 접근성을 높이고, 금산만의 매력을 담은 답례품을 강화하는 전략을 중심에 두고 있다. 특히 일본 고향납세제의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민간 플랫폼의 역할에 주목하며, 금산군 역시 플랫폼 도입을 통해 기부 참여 문턱을 낮추는 방식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지역의 자연·전통·특산품을 활용한 차별화된 답례품 개발을 지속해 기부자층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더욱 활성화하려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성공한 배경을 보면, 다양한 민간 플랫폼이 기부자 접근성과 편의성을 크게 높였고 이것이 제도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금산군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올해 민간 플랫폼 ‘위기브’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기부자들에게 금산을 알리고 기부 참여 기회를 넓히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금산군만의 매력을 담은 답례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습니다. 인삼의 본고장이라는 강점을 토대로, 농특산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금산의 청정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된 답례품이 개발될수록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금산군에는 수려한 자연과 풍부한 역사적 자원을 갖춘 명소가 많다. 그중에서도 박범인 군수는 금산의 자연 유산 가운데 천년 은행나무 두 그루를 특별한 자원으로 소개했다. 더불어 인근에 펼쳐진 사찰·약수·의병 문화유산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산에는 소개해 드리고 싶은 명소가 정말 많습니다. 그중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수령 천 년이 넘은 보석사 은행나무입니다. 금산에는 보석사 은행나무와 요광리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오늘은 보석사 은행나무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남이면 보석사가 창건될 때 심었다고 전해지는 이 나무는 하늘로 용트림하는 듯한 기상을 보여주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열매도 작고 튼실해서, 올해 금산삼계탕축제에서는 ‘천년장수 은행나무열매와 금산인삼’이라는 콘셉트로 삼계탕을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보석사 인근에는 조선 최고의 약수가 나는 영천암이 있고, 절 입구에는 임진왜란 때 전사한 영규대사와 의승의 전적을 기리는 의병승장비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시면 오랜 역사와 함께 금산의 좋은 기운까지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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