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포기 비판' 김창진·박현철 검사장, 한직발령에 즉각 사의 표명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5.12.11 18:59  수정 2025.12.11 18:59

김창진 "검사, 절대로 외압에 굴복하고 이용당해서는 안 돼"

박현철 "형사사법 체계 붕괴의 격랑 속에서 무거운 짐만 남기고 떠나게 됐어"

검찰. ⓒ뉴시스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난 김창진(사법연수원 31기) 부산지검장과 박현철(31기) 광주지검장이 즉각 사의를 표명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대한민국 검사로 근무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며 사직 인사를 남겼다.


그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사건 수사에 관여하게 되면서 양쪽 진영으로부터 번갈아 정치검사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검사장은 "그 과정에서 권력자는 한결같이 검찰을 본인들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늘 자신과 측근을 지키는데 권력을 남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사가 결정하는 업무에는 늘 외압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검사는 절대로 외압에 굴복하고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정의로워야 하고 정의롭게 보여야 한다. 그것을 제대로 하라고 신분보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김 검사장은 "검사로서 이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 값지고 멋있는 일"이라며 "검사님이 뚜벅뚜벅 걸어가실 길을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고 했다.


검찰 내 대표적 기획통인 김 검사장은 서울동부지검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검찰국 검사, 서울중앙지검 검사·부부장 검사를 거쳐 특수4부장에 이어 1차장까지 지냈고, 법무부 검찰국 형사기획과장을 거쳐 인사·예산을 다루는 요직인 검찰과장을 역임했으며, 올해 7월부터 부산지검장으로 일해왔다.


박 검사장도 "오늘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공직자로서 공익을 위해 일하고, 정의를 세우는 검찰의 일에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늘 보람을 느꼈다"고 적었다.


그는 "고위 간부가 된 뒤에는 후배들과 검찰 구성원들께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며 "구성원들의 명예와 양심을 지키며 일할 수 있는 직장이 되고 스스로 존재가치를 입증해내는 여건을 만들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이제 이 불민한 검사장이 마지막 소임마저 다 마치지 못한 채, 형사사법 체계 붕괴의 격랑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 검찰 가족들께 무거운 짐만 남기고 떠나게 됐다"고 부연했다.


박 검사장은 또 "깊이 죄송하다. 다만 한 가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만은 남긴다"면서 "대한민국 검찰이 끝까지 국민의 인권을 지키고,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며, 정의를 실현하는 든든한 기둥으로 남아주기를", "앞선 분들이 피땀 흘려 지켜온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리지 않고 이어지기를"이라고 썼다.


박 검사장은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 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거쳐 대검 정책기획과장에 이어 대변인을 지냈으며, 중앙지검 형사2부장·2차장, 서울고검 차장을 역임하는 등 기획과 수사 부서를 오가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법무부는 이날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당시 입장문을 통해 검찰 지휘부에 경위 설명을 요구했던 김창진·박현철·박혁수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보내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