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쇼크에 체감물가 ‘빨간불’…커피·식품 가격 줄인상 압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2.24 06:42  수정 2025.12.24 06:42

환율 상승, 수입물가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이

커피·육류·초콜릿까지…식탁 물가 전방위 압박

가격 인상은 부담, 비용 흡수는 한계

내년에도 고환율 변수…기업·소비자 모두 긴장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계산대 줄을 서고 있다.ⓒ뉴시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수입물가를 자극하는 환율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월 평균 원‧달러 환율이 6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약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 상황이다.


환율이 오르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수입물가다. 원자재와 중간재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기업의 제조원가와 유통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일정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2.6% 상승하며, 지난 7월 이후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상승률은 지난해 4월(+3.8%) 이후 최대다. 주요 원인은 환율 상승이다. 11월 평균 환율은 1457.77원으로, 10월(1423.36원) 대비 2.4% 올랐다.


환율은 최근 몇 달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 평균 1389.66원이었던 원·달러는 9월 1391.83원(0.2%↑), 10월 1423.36원(2.3%↑), 11월 1457.77원(2.4%↑)으로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4% 올랐으며, 11월에도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전이 효과를 고려할 때 당분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주요 기관들은 내년 물가 전망을 잇달아 높였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1%로 상향 조정했고, 환율이 1470원 안팎에서 유지될 경우 2.3%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은 더욱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9%로, 지난해 7월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식료품과 생필품 등 생계와 직결된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게 바로 원두 가격의 상승이다. 국제 원두 가격 급등에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커피 가격 상승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 빈도가 높은 커피 가격이 오르면서 체감 물가와 식탁 물가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할 때 지난달 달러 기준 307.12를 기록했다. 국제 원두 가격 급등으로 달러 기준 수입 단가만 5년 새 3배 이상 뛰었다. 원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체감 가격은 거의 4배에 달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커피 전문점 업체들은 인상 요인이 계속 누적될 경우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격 인상 요인을 수년간 내부적으로 흡수해왔지만 인건비, 물류비, 원·부자재 등 제반 비용의 가파른 상승으로 가맹점과 본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대내외적 가격 인상 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하고 있으나, 환율 상승과 그에 따른 수입 원부자재의 가격 급등 등 영향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환율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이는 수익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고객이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가고 있다.ⓒ뉴시스

이 같은 현상은 커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고기 수입 물가는 5년간 달러 기준으로 30% 상승했고, 원화 기준으로는 60.6% 올랐다. 수입 돼지고기 역시 달러 기준 5.5% 상승에 그쳤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0.5%나 뛰었다. 닭고기는 원화 기준으로 90% 이상 상승했다.


제과업계는 코코아 가격이 문제다. 초콜릿의 주 원료인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 12월 톤 당 1만2565달러(약 1819만원)로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1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코코아는 지난 수십 년간 톤 당 2000달러대의 시세를 유지해왔으나, 현재는 5~6배 수준으로 가격이 뛰었다.


이 때문에 초코 과자 가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5월과 올 초 연달아 초콜릿 과자의 가격을 올렸다. 빼빼로는 지난해 5월 이전과 비교하면 총 300원 올라 2000원이 됐다. 크런키는 500원 뛰어 1700원이 됐다.


특히 수입 비중이 절대적인 와인 시장은 수요 감소와 고환율이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로화 상승영향으로 와인 수입사들이 수입해 오는 원가가 작년 동기 대비 10~15%가량 올랐다. 수요 둔화와 수입사 부담이 겹치며 와인 수입량 자체도 줄어드는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되면서 원부자재 조달 비용과 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며 “가격 인상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비용 부담만 누적되다 보니 수익성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도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과 가격 전략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소비 위축과 가격 부담 사이에서 업계 전반의 경영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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