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 예규, 자율성 남겼지만 주도권 잃어…조희대 사법부 득과 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5.12.24 17:25  수정 2025.12.24 21:11

내란재판부설치법 23일 국회 통과…후보추천위 조항 삭제·판사회의 등 거쳐야

조희대 사법부, 예규 통해 무작위 배당 원칙 명시…공정성·신속성 확보 노력

법안 통과로 예규 내용 조정 불가피…존속 여부 해석 문제, 사법행정 혼선 우려

법조계 "與 수정 법안, 여전히 위헌성 존재…재판 독립성 등 침해 가능성 커"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23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앞서 조희대 사법부가 제정한 별도 예규안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거듭 수정을 거쳐 통과된 법안이 법원 예규안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상위 규범인 법률이 시행되면 그에 맞춰 방식이 조정돼야 하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국회가 입법을 통해 내란사건 전담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상황 속 대법원이 예규를 통해 자체 대응에 나서면서 사법행정의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했다는 평가와 함께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온전히 지켜내진 못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전날 국회를 통과한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내란전담재판부법)'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포된다. 이 법안은 공포 즉시 효력을 갖도록 정해져 있다. 법안에 전속관할로 정해져 있는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도 법안이 시행된 후 판사회의를 여는 등 본격적인 후속 조처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수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위헌 소지가 제기돼 온 내란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조항을 삭제하고 기존 판사회의 등 법원 내부 절차를 통해 재판부를 꾸리도록 한 점이다. 앞서 대법원은 내란·외환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예규로 설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규에는 내란 사건만을 전담해 심리하도록 하고, 기존 사건 부담을 배제하는 구조가 담겼다. 동시에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무작위 배당' 원칙을 명시했다. 특정 정치적 의도가 재판부 구성에 개입될 수 있다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조희대 사법부는 자율성의 흔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판부 구성과 배당 원칙을 예규에 명시함으로써 정치권의 입법이 사법부 운영을 전면 규율하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특히 무작위 배당 원칙을 명문화하고 전담재판부가 해당 사건에 집중하도록 설계한 점은 공정성과 신속성이라는 사법부의 전통적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데일리안DB

다만 결과적으로 내란재판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입법으로 확정되면서 예규를 통해 정치적 논란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구상은 실현이 어렵게 됐다. 내란 사건이 특정 재판부에 집중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법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증폭됐다. 또한 법률과 예규가 충돌하거나 병존하는 구조 자체도 부담으로 남았다. 법 시행 이후 기존 사건 처리, 새로 설치될 전담재판부의 권한 범위, 예규의 존속 여부를 둘러싼 해석 문제는 사법행정의 혼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면피용 예규' 비판 역시 법제화 이후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영장전담 법관 지정이나 재판 중계 등 법안의 핵심 쟁점이 예규에서 빠졌다는 점은 예규가 제도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예규는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서면서도 최종 제도 설계의 주도권은 국회에 넘겨준 셈이 됐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민주당이 입법 과정에서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 많은 부분을 수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위헌성이 존재한다. 원래 무작위배당이 원칙인데 사무분담위, 판사회의를 거쳐 전담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한 만큼 그 과정에서 입맛에 맞는 재판부로 하기 위한 시도, 개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의 독립성은 크게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란전담재판부가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에 설치되기에 판사 배치에서부터 개입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아울러 법안에서 내란, 외환, 반란죄 외에도 이들 사건과 관련해 고소·고발되거나 인지돼 기소된 관련 사건을 포함시켰다는 점도 문제이다"며 "조희대 사법부 입장에서는 최악을 피했지만 여전히 사법권의 독립이 침해받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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