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급 전함부터 호위함까지…K-조선에 열린 '빅마켓'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2.29 13:17  수정 2025.12.29 15:06

미 해군 ‘황금함대’ 공식화…단일 조선소로는 역부족

차세대 호위함 FF(X) 주목…동맹국 분업 모델 부상

HD현대·삼성중공업도 가세…FCL·법·제도 장벽 관건

지난 8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가 공개되고 있는 모습.ⓒ대통령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의 대규모 함정 현대화 전략인 이른바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상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진입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전함과 호위함을 포함해 최대 300척에 달하는 사업 규모는 단일 조선소로는 소화가 어려운 수준으로, 한국 조선사들과의 협력 모델이 거론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황금함대 구축은 미국 내 조선소를 보유한 해외 기업이나 동맹국 조선사와의 분업·공동 건조 모델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미국 조선업계는 시설 노후화와 숙련 인력 부족으로 대규모 신규 함정 건조를 단기간에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신형 프리깃함(호위함) 건조 계획을 언급하며 ‘한국 기업 한화와 협력하게 될 것’이라며 한화 필리조선소를 직접 거론했다.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대한 한화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신뢰를 드러낸 발언으로, K-조선이 미 해군 전투함 건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황금함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트럼프급 전함’과 신형 호위함, 소형 함정 등으로 구성된다. 우선 주목되는 사업은 차세대 호위함인 FF(X)다. FF(X)는 미 최대 방산 조선소인 헌팅턴 잉걸스가 건조한 레전드급 경비함을 기반으로 설계·제작될 예정이다. 헌팅턴 잉걸스가 리드 조선소를 맡아 2028년까지 초도함을 진수하는 것이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언급한 함정 역시 이 FF(X)로, 전함 사업과는 별개의 프로젝트다.


다음은 유도미사일 전함(BBG) 사업으로, BBG는 항공모함을 제외한 미 해군 수상함 가운데 최대 규모다. 아직 건조 조선사와 협력 구도는 확정되지 않았다. 설계 리스크가 큰 만큼 초도 1~2척은 헌팅턴 잉걸스나 제너럴다이내믹스(GD)의 배스 아이언 웍스 등 미국 내 조선소가 단독으로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호위함과 전함 모두 미룰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협력 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1980년대 취역한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과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의 노후화와 퇴역이 겹치면서 전력 공백 우려가 더 커졌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한화그룹

이런 상황에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와 관련해 국내 조선사들로부터 사업제안서 접수를 마무리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는 물론 일부 중견 조선사까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선종별로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차세대 호위함의 경우 헌팅턴 잉걸스가 리드 조선소를 맡고 동맹 조선소에 물량을 배분하는 구조가 거론된다. HD현대가 헌팅턴 잉걸스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 협력을 이미 체결한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삼성중공업 역시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통해 현지 조선소와 협력 기반을 구축해 왔다.


K-조선의 경쟁력은 해외 군함 수주 사례를 통해 이미 검증됐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필리핀 해군에 3200톤급 최신형 호위함 2척을 2029년까지 인도하기로 계약했다. 앞서 호위함과 초계함, 원해경비함 등 총 10척을 공급한 데 이어 추가 수주를 확보한 것이다. 납기 준수와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쌓은 신뢰는 향후 미 해군 함정 건조 협력 논의에서도 참고 사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수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도 분명하다. 미국 정부의 조선소 시설 보안 인증(DCSA)과 군사 통제구역 설정, 사이버 보안 인증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법·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K-조선이 미 해군 전투함 시장의 핵심 축으로 편입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뚜렷해졌다고 보고 있다. 미 해군의 장기 함정 구매 계획을 기준으로 보면 호위함과 전함 구매 예산은 전체 함정 구매 예산의 약 2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30년간 BBG와 FF(X) 관련 예산은 총 2842억 달러 규모로, 전체 함정 구매 예산의 약 23.6%에 해당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매 예산이 얼마든, 법과 제도적 제약이 극복돼야 한국 조선사들도 이 함정들을 수주할 수 있고 한화 필리 조선소 또한 시설 보안 인증(FCL)을 받아야 함정을 건조할 수 있다”면서 “다만 미국 함정 프로젝트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이제 출발선에 섰고 언제든지 달려나갈 수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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