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치솟고 금리 오르고…은행, 건전성 사투 '올인'한 1년 [2025 금융결산]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2.31 07:00  수정 2025.12.31 07:01

가계부채·부동산 과열로 금리 인하 제동

원화 약세로 은행 기초체력 약화 악순환

은행권은 올 한해 건전성 방어에 집중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2025년 은행권은 생존을 위한 건전성 확보에 나서야했던 고난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고,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 대출금리 상승이라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하면서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건 동안, 시장금리는 반등하며 차주들의 부담을 키웠다.


동시에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키며 기초체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가계부채·환율에 막힌 금리 인하…시장금리는 역주행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2.50%로 한 차례 인하한 이후, 4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3년 넘게 이어진 긴축 통화정책의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묶은 주된 배경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수도권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고 가계부채가 불어나자 한은은 추가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연말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점도 금리 인하를 지연시킨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높아진 환율, 내수 회복세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지난 전망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도권 주택 시장에선 가격 상승 폭과 거래량이 둔화되었지만 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금리는 상방 압력을 받았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되면서 시장금리가 반등했고,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차주들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은 가중되는 추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한국은행
고환율에 위험가중자산 급증… 자본비율 0.2%p 하락


대외 변수인 환율은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를 직접적으로 타격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 금액을 높여 위험가중자산(RWA)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3분기 내내 이어진 고환율의 영향으로 국내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핵심 건전성 지표는 평균 0.2%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은행의 자산 건전성 관리와 배당 등 자본 활용 능력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이 된다.


특히 연말까지도 환율 불안정성이 지속되다 보니, 업계에서는 은행권의 내년 자본 계획 수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대출 확대의 명암…위험가중치 늘고 건전성 끌어내려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점도 건전성 우려를 키운 원인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 공급에 주력했다.


문제는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위험가중치가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대출은 가계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높다. 기업대출 규모가 늘어날수록 은행의 자본 적정성 지표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내수 부진과 고환율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됐다.


실제 지난 10월 국내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9%로, 한 달 전보다 0.08%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4%로 한 달 새 0.09%p 급증했다.


기업금융 부문의 리스크가 은행권 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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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에는 성장보다 안정 중심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은행권이 내년에는 외형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경로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시장금리의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급증한 기업대출의 질적 관리에 나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연체율 급등을 억제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에도 부동산 규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면서 여신 심사도 보수적으로 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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